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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에 자존심 구긴 이랜드, 패션 1위 뺏겨

이랜드, 유동성 위기에 소극적 투자…작년 국내 패션사업 '역신장'

2017-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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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국내 패션시장 1위 타이틀을 오랫동안 거머졌던 이랜드가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추월 당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보세 패션의 성공신화를 일군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입장에서 주력사업인 패션이 선두자리를 삼성물산에 내준 것은 무엇보다 뼈아픈 결과다. 1980년에 설립 후 이랜드라는 패션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패션사업으로 시작해 인수합병을 통해 유통, 레져, 외식 등으로 외형을 키워온 만큼 모태가 된 패션사업이 2위로 추락한 것은 그룹 전체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의 사업 확장은 2000년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본격화됐다. 2004년 뉴코아와 2006년 까르푸를 인수한 뒤 2010년 대구 동아백화점과 서울 그랜드백화점 강서점 등을 품에 안았다. 2011년에는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만다리나덕과 제화업체 엘칸토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코치넬리, 2013년에는 미국 패션브랜드 케이스위스, 지난해에는 제주·청평 풍림리조트 등을 인수했다. 이랜드는 이같은 문어발식 M&A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들어 재무안전성이 흔들리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의 국내 패션사업 계열사인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별도기준 1조67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1조7631억원보다 5% 줄었다. 영업이익은 2379억원에서 121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액은 1조7380억원에서 1조8430억원으로 6% 증가했다. 이로써 2015년 이랜드월드에 251억원 뒤쳐졌던 매출이 지난해 1687억원 앞서게 됐다. 다만 수익성은 악화되며 영업손실이 일년만에 90억원에서 45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브랜드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늘리기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순위가 뒤집히고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외식과 일부 유통사업 매각을 추진하며 패션에 집중하고 있는 이랜드로서는 충격이 더 커 보인다.
 
이랜드의 국내 패션사업 부진의 원인으로는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SPA 브랜드 '스파오'의 강남점을 확장리뉴얼 하는 등 일부 투자도 진행했으나 침체된 국내 시장에서 성장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랜드 산하 최대 브랜드인 뉴발란스의 국내 매출이 4500억원 수준에서 정체된 점도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중국사업의 배당금을 받지 못한 점은 수익성을 일시적으로 악화시켰다. 이랜드월드는 중국사업에서 배당금 1200억원, 상표 로열티 600억원 정도를 받는데 티니위니 매각이 당초 예상과 달리 해를 넘기며 배당금이 지난해 수익에서 제외됐다.
 
다만 이랜드 측은 중국 현지 매출이 2조6000억원 수준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스코필드나 이랜드 등 티니위니를 대신할 연매출 3000억~4000억원대 브랜드가 계속 성장하고 있어 해외를 포함한 전체 패션사업은 양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뉴발란스가 글로벌 본사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게 되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삼성물산 패션부문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고가 여성복 브랜드 구호가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패션경기 침체에서도 브랜드 내실을 강화하고 있다. 구조조정도 마무리되며 에잇세컨즈 등 주력사업에 힘을 쏟을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된다. 그러나 이랜드는 1분기 기준 그룹의 부채비율이  240%로 높아 사업 확장이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패션산업은 경기부진으로 탄력적인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랜드는 외형을 확장하다 변화에 대한 적응이 조금 늦은 감이 있다"며 "(사드 영향으로) 중국 사업의 메리트도 줄어들며 내수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 강남점 전경. 사진/이랜드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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