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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트럼프 시대에도 강달러 지속된다"

'트럼프 시대의 달러' 오세준 지음|원앤원북스

2017-02-09 08:00

조회수 : 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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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트럼프의 정책 방향성은 경상수지, 일자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자본 흐름 등 모든 면에서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며, 이머징 국가에 부정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강달러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87쪽)
 
2011년 ‘왜 달러는 미국보다 강한가’를 펴낸 오세준 펀드매니저가 ‘트럼프 시대의 달러’로 돌아왔다. 달러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나오던 6년 전 달러 부활을 정확하게 예견했던 그는 이번 책에서 부활한 달러의 ‘상승 기조’가 계속될 것을 또 한 번 예측한다. 신흥국의 경기 둔화, 트럼프 시대의 향후 정책 전망 등 불확실성에 대한 세밀하고 명쾌한 분석으로 이러한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서두에서부터 저자가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신흥국과 선진국 간 경기 사이클의 차이다. 그가 보기에 신흥국은 2011년 이후 6년 동안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았다. 성장률과 외환보유고, 기업들의 수익성,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 등 대다수 지표들이 2007~2010년 정점에 도달한 이후 계속해서 하향세를 보여왔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은 리먼 사태와 재정 위기 이후 부채를 줄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딛고 출구가 보이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경기 개선으로 인플레이션 과열 방지 차원에서 기준금리도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부채로 고성장을 해온 신흥국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유동성 위기가 대두되고 자본유출,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본의 속성상 달러는 위험 대비 수익이 높은 미국으로 몰려갈 것이고 그로 인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트럼프가 내세우는 정책의 방향성도 강달러 사이클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충분한 근거로 든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핵심은 ‘자국 우선주의’다. 미국에 이익이 되는 정책만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트럼프가 그간 내세워왔던 정책의 의도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이나 멕시코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하겠다는 정책은 관세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글로벌 제조기업의 공장을 미국으로 대거 이전시켜 미국인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가 보호주의를 실제로 행할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 교역 감소로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히려 신흥국의 보조금 지급, 지적재산권 침해 등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미국 기업들의 신규 시장 진출을 돕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협조가 없는 국가들에는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외에 감세, 규제 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와 유사한 트럼프의 정책들은 미국의 성장률을 끌어올려 강달러 사이클을 지속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그가 ‘당분간’이라고 말하는 강달러 사이클은 대략 언제까지 지속될까. 역사적으로 강달러 사이클은 보통 6년 동안 진행되는 만큼 2012년 시작된 이번 사이클은 2018년에 마무리돼야 정상적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는 1~2년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과거보다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신흥국의 부채 구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 상승이 마무리되는 2019년과 신흥국의 부채 만기가 종료되는 2020년을 지나 2021년쯤 약달러 사이클이 다시 올 것이라 예측한다.
 
이러한 달러 사이클 설명에 이어 저자는 투자 전략도 제안한다. 핵심은 원화 중심의 투자 전략에서 탈피해 달러를 자산의 일부로 보유하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전략은 이렇다.
 
달러 자산을 환의 변동성이 작을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유하고 있다가 강달러 시기에 매도하면 원화 기준수익이 발생한다. 보통 강달러 시기는 한국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주식 등 원화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달러를 통한 수익으로 값이 떨어진 원화자산의 피해를 헷지할 수 있다. 또는 다른 값싼 원화자산에 재투자해 경기 정상화 이후의 수익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반대로 약달러 시기에는 보통 한국의 경기가 좋은 시기이므로 다른 원화 자산들의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오히려 이 때는 더 많은 달러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저자는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로 환의 변동성이 높아졌을 때 달려드는 환투기와는 다르다”며 “자산 중 일부를 달러로 보유하면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뜻”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지금은 강달러 사이클이므로 신흥국에 대한 비중 확대보다는 선진국에 대한 자산 배분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달러 사이클은 주기가 길기에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결실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도 조언한다.
 
트럼프 시대의 달러. 사진/원앤원북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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