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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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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신한은행장 인선, '신한사태 흔적 지우기' 변수

자경위, 신한사태 재거론 부정적…일부 이사 "이력 따져봐야" 오점 부담

2017-02-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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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차기 신한은행장 인선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임영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의 2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신한사태와 관련된 이력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055550)의 주주 입장에서 신한사태 후 조직이 안정을 찾는 단계인데, 새 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신한사태 이야기가 다시 불거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장을 선임하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서는 신한사태와 관련된 부문을 리스크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임영진 신한지주 부사장.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 자경위는 오는 7일 신한은행장 최종 후보 추천을 앞두고 신한사태 흔적 지우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촉발된 '신한사태'는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진 신한금융의 내분 사태를 말한다. 
 
신한 사태 이후 한동우 회장 체제의 신한지주는 고(故) 서진원-조용병 행장, 한동우-조용병 회장 내정자로 이어지는, 신한사태로부터 중립적인 인물을 발탁하면서 신한사태 흔적 지우기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신한사태 꼬리표를 완전히 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은행장 인선에서 관련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유력한 신한은행장 후보로는 은행, 카드를 두루 거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재일교포 네트워크가 탄탄한 임영진 신한지주사 부사장 등이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위성호 사장이 지주사 회장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은행장 후보로 급부상했지만 시민단체가 '신한사태' 관련으로 위 사장을 검찰 고발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금융정의연대가 최근 위 사장을 위증과 위증교사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의 변호사 보수 2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위 사장이 이를 지시했음에도 법정에서는 "하지 않았다"며 위증을 했다는 것이다.
 
이 시민단체는 공개적으로 "신한사태의 핵심 인물인 위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 사장은 신한사태 당시 라 전 회장 측의 핵심인물로 분류됐던 인사로, 현재까지 '라응찬 측근'으로 통하고 있다.
 
차기 행장을 선출하는 신한지주 사외이사들도 이견을 보이고 있어 위성호 사장이 단독 행장 후보로 추천되더라도 공동 추대 형식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외이사는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 건이 아니더라도 신한사태 관련 이력이 뚜렷한 후보자를 선임해도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치매 판정'을 받고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라응찬 전 회장이 여전히 신한 내부의 측근 인사를 챙기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라 전 회장과 현직 경영진의 교감이 없이 위 사장 유력 구도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것. 
 
신한은행 노조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차기 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신한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며 "더 이상 지배구조의 불안정과 신한은행의 조직문화가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요직에 있던 임원들이 신한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핵심 관계자를 CEO에 앉히겠다는 것은 법정공방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리스크 요인이 된다"며 "상처 입은 조직을 수습해온 한동우 회장의 공적에도 흠이 생길 수 있어 간과할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신한지주는 '신한 사태' 이력이 큰 문제로 인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위 사장의 신한사태 이력이 문제가 됐다면 신한지주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신한카드 사장을 연임한 것도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사안으로,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 취지에 의심이 간다"며 "위 사장은 신한카드 사장을 연임됐고,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됐던 만큼 이미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보"라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 역시 유력 후보에 대한 '음해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행장 선임 작업에 맞춰 이뤄진 검찰 고발은 음해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편,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임영진 부사장은 오사카와 후쿠오카 등 일본 지점 근무 경력이 많아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친밀도가 두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임 부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영업추진본부장과 자산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고 2015년부터 신한금융 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서진원 전 행장이 와병으로 은행장 자리를 맡지 못하게 되자 행장 직무대행을 맡아 은행을 무난하게 이끌었던 경험도 갖고 있다. 이들 외에 김형진 부사장과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한지주는 오는 7일 자경위를 열고 신한은행장 후보를 단독 추천할 예정이다. 내부 규정에 따라 차기 회장에 내정된 조용병 현 행장의 임기 만료(3월) 1개월 전에 후보 추천을 완료해야 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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