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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반쪽 노동자' 특고, 보호 가능한 법률도 없어

2014년 기준 218만1000명…산재 특례도 9개 직종뿐

2016-08-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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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학습지 교사인 강모씨(28)는 매주 월·수·금요일에 회사로 출근하고, 화·목요일에는 가정방문을 한다. 잔업이 있거나 수업이 몰리면 토요일에 회사로 나가기도 한다.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9~11시 퇴근한다. 주 노동시간은 휴일을 제외하고 60시간 정도다. 이렇게 일해서 강씨가 벌어가는 돈은 월 120만원 안팎이다. 일반적인 회사였다면 근로기준법 제50조 위반, 최저임금법 제6조 위반으로 고발당할 상황이다. 하지만 강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이름의 반쪽 노동자로 노동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용노동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영역에 있는 자로서, 스스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해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고 일한 만큼 소득을 얻고, 노무 제공의 방법이나 노무 제공시간 등은 본인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가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의 특고 규모는 218만1000여명에 달했다. 이들에게는 노동관계법은 물론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골프장 캐디를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노동관게법과 사회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특고를 가르는 기준은 ‘사용자 종속성’이이다. ‘노무 제공의 방법·시간·장소·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면 근로자고 그렇지 않으면 특고다. 하지만 대다수의 특고 노동자들은 사용자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지 못하다. 김씨는 “자영업자라지만 휴일을 내가 정할 수 없다. 휴가를 낼 수 있는 날은 1년에 5일뿐이고 병가 같은 건 꿈도 못 꾼다”고 토로했다. 보험설계사인 김모씨(29)는 “매일 아침마다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는데, 주로 실적에 관한 이야기”라며 “월말이 되면 실적 압박이 더욱 심해진다”고 말했다.
 
그나마 특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법률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뿐이다. 산재법은 특례를 통해 보험모집인, 레미콘트럭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출 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전속 대리운전 기사 등 9개 직종을 해당 법률에 한해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특례에 포함되는 직종은 전체 특고 직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례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대리점의 자동차 판매사원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있다.
 
야권과 노동계에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처럼 특고에 대해서도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근로조건 보호 등에 있어서 한계가 존재하고, 법적 근거 미비로 인해 사회보험 적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골프장 캐디 중에도 근로자와 특고가 있고, 특고 중에서도 사용자 종속성을 띄는 특고와 순수한 개인사업자가 있다”며 “지난 십수년간 별도의 법률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특고에 대한 개념 정리가 어렵고, 세계적으로도 이런 법을 만든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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