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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현장속으로)이케아 2호점 삽 뜬다…주민반발·지역상생 '난제'

이케아, 주거 밀집지역 파고든다…벌써부터 곳곳에서 '잡음'

2016-03-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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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 표기, 가격 차별, 편법 고용, 골목상권 침해'
이케아는 한국 진출에 앞서 적잖은 논란에 휩싸였다.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여러 전문가들은 이케아의 국내시장 연착륙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결과는 180도 달랐다. 오픈 첫날 몰린 인파는 ‘가구 공룡’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오픈 전후 3일 동안 이케아를 방문한 고객은 4만8000명에 달했다. 이케아는 2014년 12월 지역상권의 반발에도 불구, 문을 연 이후 한해 동안 매출액 3080억원, 방문객 670여만명을 기록하며 파괴력을 입증했다. 한국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이케아는 5개 매장을 추가로 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케아는 국내매장 2호점으로 경기도 고양시를 택했다. 하지만 주민 반발, 지역상생 등 이케아가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내년 하반기 오픈을 앞두고 공사 준비가 한창인 경기도 고양시 현장을 직접 찾아 문제점을 살펴봤다.
 
[뉴스토마토 임효정·박석호기자] 지난 29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지구. 아파트 단지들이 모여 있는 한켠 부지에 공사장 주변과 외부를 차단하는 가림막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사장 입구 쪽에는 포크레인이 진입로를 만들고 있었다. 공사장에서 만난 인부는 “이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이케아 2호점이 들어설 부지(부지면적 5만1000㎡, 연면적 16만4000㎡)로,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준비 중인 이케아 2호점 바로 옆에 현재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케아 부지 바로 옆에는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케아 2호점 오픈 예정일보다 두 달가량 앞선 내년 10월 완공 예정이며, 총 11개동 967세대가 입주하게 된다. 이케아 1호점이 광명 역세권지구를 노렸다면 2호점은 주거지 밀집 지역을 택했다. 원흥지구는 아파트 단지들이 모인 주거단지로,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까지 포함하면 5500세대 이상의 대규모 단지가 조성된다.
 
국내에 현재 유일 매장인 이케아 광명점의 경우 KTX역세권에 자리해 전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우선순위를 뒀다면, 2호점부터는 지역내 주거 밀집 지역을 공략해 실구매로 이어지는 전략을 택했다. 이케아코리아는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광명점 이외에 고양, 서울 강동, 대전, 부산 등 전국에 모두 5개 매장을 추가로 연다는 계획이다.
 
고양시 이케아 2호점 설계도면. 자료/고양시 교통정책과
 
기대보다 '우려'…핵심은 교통난과 소음
 
이케아 2호점이 주거지 밀집 지역으로 침투하는 만큼 인근 주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케아 1호점을 통해 드러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들이 우선적으로 문제삼은 것은 교통난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원흥 도래울마을 주민들은 고양시에 이케아 2호점에 따른 교통난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광명점 오픈 이후 교통난이 가중되는 것을 목격한 학습효과다. 광명의 경우 이케아가 오픈하면서 평소 5분이면 이동 가능한 거리가 1시간 이상 소요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급증했다. 특히 주말에는 주차장에 들어가는 시간만 두 시간이 걸릴 정도로 교통난이 심각하다.
 
이케아 2호점의 경우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이케아 앞을 지나 도래울마을 쪽으로 연결되는 도로는 왕복 5차선으로 넓지 않을 뿐더러, 공사 중인 호반베르디움 아파트단지와는 2차선 도로 하나만을 사이에 끼고 있다. 아파트촌인 만큼 평소 교통량도 많은 편이다. 자유로와 연결되는 고가도로도 이케아 바로 옆에 위치해 이케아가 완공되면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쾌적한 환경을 원하는 주민들이 광명점 같은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며 "들어오는 길이 좁아 분명히 많이 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 역시 교통난을 가중시킬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케아 부지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화정역과 원흥역이다. 하지만 택시로 10~15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로, 요금은 4000~5000원 정도 나온다. 이케아 부지 인근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아직 출퇴근 시간에 밀리는 일은 없지만, 주말 저녁은 놀러갔다 서울로 들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자유로는 복잡하고 차도 많다”며 “파주쪽에서 서울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자유로를 거쳐야 하는데 이케아 들어오면 교통난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이 쏟아지자 고양시는 긴급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상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난달 이케아 측과 도래울마을 2~7단지 대표 등이 모여 상호신뢰를 원칙으로 15개 항목의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고양시 도로교통과 자료에 따르면 교통에 관한 주요 합의 항목은 ▲주출입구 램프 추가 확장과 교차로 도로 확장 ▲주차장 무인 정산기 설치 ▲임시주차장 4개월 운영 등이다. 이케아 개장 한 달 전부터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점 발생 시 주차 무료시간 단축과 임시 주차장 운영 연장 등의 추가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을 통해 교통난이 해결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이케아 광명점에 적용된 대책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광명점은 주차 유료화와 임시 주차장 마련으로 교통난을 해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여전히 효과는 미흡하다. 주차 유료화는 명목상 존재할 뿐 실제로는 시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케아 2호점의 또 다른 문제는 소음이다. 이케아 광명점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소음이 2호점에서 불거졌다. 이케아 2호점의 하역장은 아파트 단지 쪽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보니 소음을 우려한 아파트 주민들이 하역장 위치를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 밑그림을 완성한 이케아 측은 하역장의 위치를 옮길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대신 하역장에 방음판과 방음지붕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이뤘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우려는 여전했다. 한 지역민은 "하역장 소음과 교통 문제는 협약으로 어느 정도 걱정을 덜었다지만 공사장 소음과 먼지날림 등에 대한 우려는 끊이질 않는다"며 "(이케아 입점으로)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들은 또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 상생은 미궁…가구타운 건립도 안갯속
 
지역과의 상생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고양시가구협동조합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기자가 찾은 일산가구단지는 들어가는 입구만 3개일 정도로 대규모로 조성돼 있다. 일산가구단지와 고양가구단지로 나뉘어 있는 고양시 가구 판매장은 총 270여개에 달한다. 30여개 업체가 모여 있던 광명가구거리와는 규모부터 확연히 달랐다. 이는 곧 지역상생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고양시 일산 가구 단지. 사진/뉴스토마토
 
김규호 고양시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이케아가 개장하면 엄청난 피해가 몰아칠 것"이라며 "오랜시간 이어온 고양시 가구업체들이 모두 무너질 판"이라고 걱정했다. 고양시 가구단지는 45년 전부터 자생적으로 생겨 지금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판매장뿐 아니라 생산시설을 갖춘 소규모 공장들도 다수 들어서 있다. 김 이사장은 "고양시는 우리나라 가구산업의 메카"라며 "신제품 등이 모두 여기서 탄생해 전국으로 유통되는데 이런 곳이 흔들리면 결국 대한민국 가구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탄식했다.
 
조합이 이케아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세운 것은 가구타운이다. 현재 낙후된 시설에서 벗어나 규모의 경제로써 이케아와 경쟁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이케아가 들어설 원흥지구 인근 삼송지구에 가구타운 부지 2만평을 선정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LH공사와 분양가를 논의 중이지만 큰 진척이 없다. 원흥지구 이케아 부지를 평균보다 낮은 분양가를 적용해 특혜를 줘놓고 정작 지역 상인들에게는 제값을 받으려 한다는 원성도 이어졌다. 김 이사장은 "이케아에게는 평당 500만원이던 땅을 470만원에 분양해주고, 이보다 변두리 땅을 원하는 우리에게는 700~800만원을 내라고 하냐"며 "이케아에게 혜택을 준 만큼 우리에게도 싼 값에 용지를 분양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낮은 분양가와 함께 가구타운 건설을 위해 이케아에 요구한 금액은 100억원. 조합 측은 50년 가까이 부흥시킨 고양시 가구시장에 대한 권리금을 10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돈을 가구타운 건설에 보태 이케아와 공정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이케아가 광명가구조합에 내준 가구전시장 이런 것들은 전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면피용 협상은 필요 없고, 자생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세업체들은 인적, 물적, 정보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들이 대기업에게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조합을 통해 뭉쳐 규모의 경제로 맞서는 방법뿐"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 같은 고양시가구협동조합의 요구가 시장논리에 벗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광명가구거리가 이케아 입점 이후 고사 직전으로 내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근거로 입점 때마다 지역 상권에서 물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주의 원칙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갈등과 상생, 이케아와 지역사회에 주어진 숙제다.
 
임효정·박석호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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