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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동기부여' 달인 히딩크, 첼시에서도 통할까

2015-12-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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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거스 히딩크(69) 감독의 특기는 강한 동기부여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 때 히딩크 리더십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스타 선수였던 홍명보(항저우 감독)와 안정환(은퇴) 등을 일시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는 이름값과 관계없이 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언론을 통해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다잡도록 한 일화는 유명하다.
 
'히딩크 매직'이라 불리는 그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첼시에서 막을 올린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조세 무리뉴 감독을 대신해 바닥까지 떨어진 첼시의 지휘봉을 잡았다. 올 시즌까지 계약된 임시 감독체제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강등'까지 거론되는 첼시를 히딩크 감독이 다잡아주고 나면 내년 시즌부터 새로운 신임 감독 체제로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태업 논란'을 겪는 등 첼시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를 잡아줄 적임자로 심리 파악과 동기부여에 능한 히딩크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
 
이미 히딩크 감독은 지난 2008-2009 시즌 도중 하차한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 대신 첼시를 이끌며 16승5무1패를 거둔 바 있다. 불협화음 속에 휘청거리던 첼시의 성적표는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상승곡선을 그렸다. 끝내 히딩크 감독은 당시 첼시의 FA컵 우승을 이끌었으며 리그 3위를 만들어 놓고 임시직 감독을 내려놨다.
 
다시 돌아온 히딩크 감독은 시작부터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지적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선수들에게 모두 거울 속 본인의 모습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다시 순위를 올릴 수 있게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고 부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에게 프로가 될 것을 요구했다. 선수들이 팀에 최선을 다해 공헌한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라며 "선수들은 경기에 대한 열정이 강해야 한다. 그런 열정이 없다면 나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리뉴 감독이 떠난 첼시는 현재 EPL 15위(승점18)에 처져있다. 강등권인 18위의 스완지시티(승점15)와는 단 1경기 차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이라는 화려함은 잊힌 지 오래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게 첼시의 첫 번째 과제다.
 
이 가운데 히딩크 감독의 부임 시기가 묘하다. 지옥의 일정이라 불리는 EPL '박싱데이'와 맞물려있다. 크리스마스 이후 1월 중순까지 촘촘하게 짜인 박싱데이 일정을 통과하며 히딩크 감독과 첼시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많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입을 모으는 박싱데이지만 첼시와 히딩크 감독은 지금 그런 불만을 제기할 여유조차 없다.
 
첼시는 오는 27일 왓포드(7위)와 리그 18라운드에서 격돌한다. 이후 이틀 뒤인 29일에 맨유(5위)를 상대로 19라운드 원정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승점 1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중상위권 팀들과의 경기는 놓쳐선 안 될 숙제다.
 
진짜 혹독한 일정은 새해부터다. 첼시는 내년 1월3일 크리스탈 팰리스(6위)와 리그 20라운드에서 맞붙은 이후 10일에는 스컨소프 유나이티드(3부리그)와 FA컵 3라운드를 벌여야 한다.
 
나흘 뒤 14일에는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13위)과 리그 21라운드가 예정돼 있다. 사흘 뒤 17일에는 에버턴(10위)과 22라운드 홈경기를 치러야 한다. 2주 동안 4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히딩크 감독이 자랑하는 용병술과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첼시 선수들의 의지가 제대로 된 시험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히딩크 감독 개인적으로도 이번 첼시에서의 도전은 중요하다. 사실 최근 히딩크 감독의 명성엔 다소 금이 간 상태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네덜란드 대표팀에 복귀해 10경기에서 4승1무5패로 고전하다 경질된 바 있다. 네덜란드는 내년 유럽축구연맹선수권대회(유로 2016) 진출이 좌절됐으며 일부에서는 히딩크 감독의 '매직'도 그 효험이 다했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 개인과 첼시 모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팀 부활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첼시 감독으로 돌아온 거스 히딩크 감독. 사진/첼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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