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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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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혁신도시, 아직도 허탕도시)③눈 감은 정부, 귀 막은 지자체

2014-07-16 11:00

조회수 : 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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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전국 11개 혁신도시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문제들이 있다. 혁신도시 교통·환경 인프라 부족과 지방이전 공공기관 직원의 불편, 혁신도시에 대한 지역의 무관심,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조성 지연 등이다.
 
혁신도시 계획이 국정과제로 추진됐음에도 매번 똑같은 난맥상이 지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도시 이전을 미루고 인프라 확충에 지지부진한 특정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만 탓하면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혁신도시 문제가 모두 해결될까.
 
혁신도시 문제의 책임은 정부와 지자체에 있다. 역대 정권은 지역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정책기조를 달리했고, 지자체는 혁신도시를 지역 이권 사업으로만 여긴 것이다.
 
◇정권마다 바뀐 국토균형개발론..혁신도시 계획도 '휘청'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후 지금의 세종시를 신 행정수도로 정하고,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혁신도시 사업을 구상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지자체의 수요와 지역여건을 고려했다면서도 기존 광역구역별로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이전을 지정함으로써 분산식 균형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아예 세종시 수정안 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논의를 후퇴시키면서 혁신도시 사업도 동력을 잃었다. 참여정부가 혁신도시 계획을 세웠다면 MB정부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정권이었기 때문에 혁신도시의 명분과 위상이 격하된 것.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토균형발전을 수도권 이권 나눠먹기로 여긴 MB정부에서 혁신도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혁신도시가 누더기도시가 됐다"며 "지역정책도 지역 살리기보다 물리적 개발·건설에 치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요 혁신도시 조감도(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원, 경남, 경북, 광주·전남)(사진=공공기관지방이전단)
 
◇혁신도시 유치에 열 올린 지자체..기업·연구소 유치실적 저조
 
혁신도시 성공의 또 다른 관건인 산업클러스터 조성이 늦어진다는 점에서 지자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지자체가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최대 1000억원의 지방세 수입을 기대하고 혁신도시 조성에 뛰어들었지만 후속 사업에는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
 
실제로 정부는 혁신도시별로 건강·생명·관광도시(강원), 그린에너지도시(광주·전남), 지식창조도시(대구) 등 특성화 산업을 지정했지만, 대구 등을 제외하면 기업·연구소를 유치했거나 인근 대학을 특성화 산업 교육기관으로 지정한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일부 혁신도시 경제성 분석과 기업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수립도 등한시했고, 산업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민·관 협의체가 없는 곳도 있었다.
 
이에 감사원과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혁시도시별 평균 토지 공사비율은 99% 수준이지만 업무용 토지 분양률은 79%, 기업·연구소용 분양률은 16%에 그쳤다. 실컷 개발만 했지 실제로 토지를 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
 
아직 혁신도시 사업 초기라서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고는 해도 중앙 정부가 강제로 밀어붙인 공공기관 이전을 제외하면 혁신도시 성과는 너무 저조하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공공기관도 억지로 내려가는 혁신도시인데 민간기업이 갈 리 만무하다"며 "지방자치제 시행 후 정부가 추진한 지역육성책이 대부분 실패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지방 스스로 지역산업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혁신도시 공동화 현상 우려 커져
 
혁신도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려면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연구소 유치를 통한 산업클러스터 조성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하는데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혁신도시에 대한 공동화 현상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얽히고설킨 혁신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지자체 간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혁신도시 본래의 목적과 취지을 살리려면 공공기관 이전 지원책과 민간기업 유치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며 "법인세 감면, 고용보조금·분양가 지원금·회사 이전 지원금 지급 등의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 역시 "혁신도시 성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에 혁신도시 사업 재정을 지원하고, 지자체는 기업유치 설명회를 열고 대학에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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