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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인터뷰)설경구 "'소원'은 신파가 없잖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2013-10-01 16:57

조회수 :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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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여기 먹기 싫게 생긴 과일이 있어. 냄새도 나고 그래서 먹기가 싫어. 그렇게 고민하다가 한 입 베어물었을 때 '아 맛있다'라는 느낌이 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이는 영화 '소원' 시나리오를 들고 고민하고 있는 설경구에게 이준익 감독이 한 말이다.
 
"시나리오 왔을 때 보지도 않았어요. '참고 잘 살아갈 것 같은 사람들을 왜 또 들쑤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못 읽겠더라고. 고민하다가 어떻게 읽었는데 방향이 이제껏 영화와 다르더라고요. 복수 과정을 그린 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한 가족의 이야기."
 
"벌써부터 안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안돼. 내 영화라서가 아니라 이건 정말 따뜻한 이야기거든.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영화 '박하사탕'으로 출발한 배우 설경구는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가지 역할로 관객들을 찾았다. 스릴러, 코믹, 액션 등 여러 장르에서 그만의 연기를 펼쳐왔다. 그중 가장 최고로 꼽히는 장르는 '휴머니즘'이었다.
 
동네 아저씨같은 푸근한 인상 때문일까 그의 휴머니즘은 심금을 울려왔다. '오아시스'가 그랬고, '공공의 적'이 그랬다. 또 '소원'이 그럴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뭇매를 맞을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는 10월 2일 개봉하는 '소원'에서 설경구는 괴한으로부터 몹쓸 일을 당한 9세 여아의 아버지 동훈을 연기했다. 동훈은 가정이 파탄나는 위기에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묵묵히 혹은 악착같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영화를 보면서는 눈물이 흐르는데, 촬영장에서는 머금었어요. 울고불고 하는 장면이 많지 않잖아요. 우리는 잔잔하게 참았어요. 아마 감정은 관객이 더 많이 써야 할 거예요."
 
"이준익 감독이 한다고 하는데, 사실 이준익 감독 잘 몰랐거든요. 연륜과 상처가 있는 이준익 감독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상 출연한다고 해놓고 보니까 미치겠더라고. '정말 해야하나', '안 하면 안 되나?' 고민이 많았어요. 왜냐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수도 있는 소재이고, 까딱 실수하면 욕 먹기 너무 쉬우니까."
 
그래서일까 설경구는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기자간담회에서도 말을 아꼈다. 평소 거침없이 발언하는 그와 달랐다.
 
"언론시사회 전날부터 엄청 날카로워졌어요. 당일에도 정말 예민하고. '스파이'나 '타워' 때는 담담하게 봤는데 이번 영화는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만큼 조심스러웠던 영화예요."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레, 딱 보고 '소원이구나' 싶었어"
 
이 영화의 가장 주요 인물은 소원이다. 소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역할을 맡은 이레의 연기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레는 이제껏 연기 경험이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다. 드라마에서 잠깐 얼굴을 비춘 게 전부였다.
 
이준익 감독은 어떤 아이를 캐스팅하면 좋겠냐며 설경구에게 자문을 구했다.
 
"영상을 보여주는데 이레만 대사치는 사람 눈을 딱 보고 연기를 하더라고. 눈도 너무 맑았어요. 다른 애들은 막 울고불고 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이레는 차분하게 하더라고요. 앞으로 잘 커야죠. 나중에 카메라가 날 찍나 안 찍나 이런거 계산하지말고, 약은 수 쓰지 않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같이 촬영하는데 어려운 대사인데도 툭툭 치더라고요. 나는 그냥 편하게 받아먹으면 됐었어요. 어린 아이가 기특하더라고"
 
◇"우리 영화는 신파가 없잖아요"
 
'소원'은 특별함이 있는 영화다. 언론시사회 때 콧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영화 내내 들렸고, 영화가 끝나고는 이례적으로 박수갈채도 흘렀다. 무뚝뚝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었다.
 
"잔잔하지만 묵직해서 더 눈물이 나는 것 같아요. 엄마나 아빠가 많이 안 울거든요. 눈물을 머금고 있고 뱉지 않았어. 그 상황에 울면 지는 것 같잖아요. 담담해지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죠. 그러다보니까 신파도 없어. '이래도 안 울어?' 이런 게 없어요. 우리가 참는 모습으로 보고 같이 울어준 것 같아. 아마 관객들이 쓸 감정의 몫이 더 많을 영화가 될 것 같아."
 
"영화를 보고 나면 소원이가 발에 힘 딱주고 세상에 발을 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원이가 이긴 거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영화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한 영화인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사고를 다루는 방식이 특별한 영화야."
 
'소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착하다. 소원이가 사고를 당하는 부분도 비에 맞는 괴한을 위해 우산을 씌워주려다 변을 당한 것이다. 동훈이나 엄마 미희(엄지원 분)도 누구보다도 선하고, 그의 친구들이나 상담센터 원장, 경찰도 이타적인 마음이 먼저다.
 
"누가 보면 작위적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가 원하는 건 '따뜻한 시선'이에요. 절박한 상황인데 주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착해. '세상이 이렇듯 따뜻했으면'이라는 바람이 담겼어."
 
인터뷰 말미 설경구는 이렇게 말했다. "글 좀 잘 써줘요.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게. 돈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런 문제로 소통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어."
 
그의 바람처럼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이야기 같은 따뜻한 세상을 꿈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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