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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인터뷰)울보 이준익이 꿈꾼 동화 '소원'

2013-09-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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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소원'을 보고 이준익 감독을 만나러 가는 길은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얼마나 좋은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영화에서 이준익 감독의 성품이 그대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소원'은 아동성폭행을 당한 한 가정이 사고를 당하기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악착같이 애를 쓰는 희망기를 다룬 영화다.
 
다소 민감한 소재이기에, 베일을 벗기 전까지만 해도 '문제의 영화'로 불편한 시선을 받았지만, 언론시사회를 통해 얼굴을 비춘 뒤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라는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성폭행이라는 무섭고 잔인한 소재로,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준익 감독을 만났다. '눈물이 많고 착한 사람'이라고 알려진 그는 기자를 만나고도 눈물을 훔쳤고, 따뜻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인터뷰 도중 눈물이 날 뻔한 경험은 기자에게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준익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건 영화가 아니라 동화"
 
'소원'에 등장하는 인물 중 나쁜 사람은 거의 없다.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한 남성,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 정도를 제외하면 하나 같이 마음씨가 진정 곱다. 그 고운 마음씨가 관객의 눈물을 자극한다.
 
"이건 동화다. 동화를 꿈꾸지 않으면 내일이 힘들지 않을까. 어떻게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렇게 착할 수가 있나. 동훈(설경구 분), 미희(엄지원 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큰일을 당하가도 아빠 회사 걱정을 하는 소원(이레)이도 그렇고. 친구로 나온 김상호나 라미란, 경찰 모두가 다 착해. 이런 세상을 꿈꾸고 싶었어. 그래서 이건 현실이 아니라 동화라고 할 수 있어."
 
이렇듯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준익 감독은 흥행과 관련해서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 거 쓰면 안돼"라면서.
 
"아까 누가 나한테 흥행 얘기를 하는데 혼을 엄청 냈어요. 이런 아픈 사람들을 다룬 영화를 가지고 어떻게 스코어를 얘기하고 손익분기점을 얘기해. 그저 많은 사람들이 보고 따뜻함을 느끼고 가면 되는 거지."
 
"나는 재밌는 영화를 만드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작위적으로 만들면 재미도 없고. 진짜냐 가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상황에 당신의 태도가 올바른 태도인가가 중요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불손하게 보여지는 걸 원치 않았어. 거짓말처럼 착한 사람이 많은 것도 그런 거예요. 이런 세상이 있었으면 어떻겠냐. 그런 질문을 주려고 했죠. 여타 다른 작품이랑 같이 아동성폭행으로 시작하지만 다른 주제로 도착하는 영화예요. 피해자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것. 이게 올바른 거 아닌가요."
 
"현실성을 따지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러고 싶으면 뉴스를 보라고. 영화는 꿈의 공장이에요. 그 꿈을 사가는 거예요. 산타클로스가 양말에 선물을 넣지 않는다고 할 때 동화는 사라진 세상이에요. 요즘 보면 아버지와 딸 사이에 동화가 없어졌어. 나는 아버지와 딸 사이에 동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준익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난 성격이 실력이야"
 
이준익 감독은 2년 전 장난스럽게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은퇴합니다"라는 말 때문에 얼떨결에 은퇴를 했고, 2년 만에 복귀했다. 이제껏 자신의 시나리오로만 영화를 만들어왔던 그는 이번에는 남의 시나리오로 연출을 했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대성공'이라는 게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받고, 이건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고민도 많이 했지만, 그러면서 실제 피해자 부모님 만나고 사례 다 듣고 취재도 많이했어요."
 
취재 과정과 최근 있었던 시사회 등 이 작품을 선택한 이준익 감독은 성폭행 피해자들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몰래 내게 와서 얘기를 한다. 요즘 내가 신부님같다.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겠다. 우리가 3차 피해 유발자가 되면 안되지 않냐. 그런데 그 내용들이 너무 구구절절하다."
 
이 감독은 이 말을 하면서 피해자들의 아픔이 다시 전달됐는지, 눈을 가리며 잠시 울먹거렸다. 눈시울이 빨개졌다. 잠시 말을 멈췄다.
 
"사실 내가 자극적인 얘기를 하면 1주일 내내 포털 뒤엎으면서 히트 칠 수 있어요. 하지만 안 하죠. 정중하고 공손해야 돼요. 자극적으로 갔으면 아마 난 아마 여론의 집중포화 맞고 영화계에서 제대했을거야."
 
'소원'이 칭찬받는 이유는 아이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도가니', '돈크라이 마미' 등에서 있었던 장면이 '소원'에는 없었다. 영화의 이슈를 위해 충분히 넣을 수 있었지만, 촬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는 촬영은 하고 작품에 넣지 않는게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찍지도 않았어요. 나중에 '넣자 말자' 이런 말이 생길까봐."
 
이준익 감독의 성품 덕분인지 영화도 정말 착하다. 곳곳에서 피해자를 향한 배려가 돋보인다. 자극적인 장면 뿐 아니라 표현도 없다. 영화 2시간 동안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이 감독의 성품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나는 성격이 실력이야"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소원'은 이 감독의 말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다. 그 동화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영화다. 정말 그의 소원대로 이 세상이 '소원' 속 동화처럼 바뀔 수 있을까. 그의 소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10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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