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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빵 왜 냉동실에 넣어야 하나요?

빵·밥 굳는 현상…전분의 노화 때문

2024-03-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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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먹다 남은 빵이나 떡을 실온에 방치했을 때 표면이 못 먹을 정도로 딱딱해져 버렸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텐데요. 그래서 떡이나 베이글 등 첨가물이 비교적 적은 빵을 오래 두고 먹을 때는 소분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아두죠.
 
시중에 파는 빵 포장지에 '남은 빵은 냉동 보관하세요'라는 문구를 종종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먹다 남은 빵은 왜 냉장실이 아닌 냉동실에 보관하라는 걸까요?
 
가정에서는 바쁜 시간 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갓 지은 밥을 작은 밀폐 용기에 나눠 담아 냉동실에 얼려두기도 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 즉석밥처럼 먹죠. 이때 왜 밥은 냉장실에 보관하지 않을까요?
 
이는 빵과 밥, 떡 등을 이루고 있는 전분의 특성 때문입니다. 전분은 여러 개의 포도당이 결합한 다당류로 탄수화물의 일종입니다. 식물의 씨, 뿌리, 줄기, 열매 등에 함유돼 있죠.
 
전분이 포함된 음식을 냉동실에 보관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면 전분의 호화와 노화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식당에 진열된 빵. (사진=김성은 기자)
 
호화는 전분을 뜨거운 물에 넣고 가열하면 입자가 커지면서 점성이 강한 형태가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쌀과 물을 함께 밥솥에 넣고 열을 가했을 때 밥이 되는 과정이 바로 전분의 호화입니다.
 
이렇게 지은 밥을 실온에 두면 수분이 줄어들고 점점 굳어서 딱딱해지죠. 이것이 바로 전분의 노화 현상입니다. 전분 분자들 사이 수소결합이 형성되며 부분적으로 결정 구조를 만듭니다. 규칙적 구조를 갖게 돼 효소 작용을 받기 어려워지고, 소화가 쉽지 않아집니다.
 
노화를 억제하려면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용이합니다. 전분의 노화는 0~5도(℃)에서 잘 발생하는 반면 60도 이상, -20도 이하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통상 냉장실 온도가 0도 부근에서 5도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전분이 많은 음식을 왜 냉동실에 넣어 얼리는지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20도 이하에서는 전분 분자들의 이동이 어려워 노화 현상도 멈추죠.
 
이밖에 수분함량이나 설탕 첨가 여부, 유화제 사용, 전분의 종류, 산성이나 알칼리성 정도를 나타내는 pH(수소 이온 농도)에 따라 노화 속도는 달라집니다.
 
수분함량이 30% 이하 또는 60% 이상일 때, 탈수제로 작용하는 설탕이 많을수록, 유화제가 첨가됐을 때, 감자, 고구마 등 전분 입자가 클수록, 중성~알칼리성일수록 노화는 억제됩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촉촉함을 오래 유지하는 '굳지 않는 떡'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평소 자주 접하는 식품의 성분과 특성에 대해 조금만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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