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최근 흰 우유를 마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지난 한 달 동안 흰 우유를 마신 적이 없습니다. 카페에서 라테를 마실 때 빼곤 굳이 사 먹지 않으면 우유를 접할 기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르겠지만 우유 소비 감소는 저만의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우유 소매점 매출은 지난 2020년 2조4652억원에서 2023년 2조1532억원으로 약 13% 감소했습니다. 매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죠.
이 중 백색시유는 2020년 1조8009억원에서 1조4459억원으로 19.7% 줄어 감소 폭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우유 매출 중 백색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73%에서 67%로 3년 동안 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저출산으로 흰 우유를 많이 소비하는 연령층이 줄어드는 데다 대체유 시장 확대로 우유를 찾는 손길이 줄었습니다. 여기에 국산 우유 판매가가 계속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었죠.
이처럼 유업체가 어려운 환경에 처한 가운데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매출 2조10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1937년 조합 창립 이래 첫 연매출 2조원 돌파입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우유 매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다른 유업체들이 우유 소비 감소라는 위기에 맞서 외식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서울우유는 목장주를 조합원으로 둔 회사인 만큼 우유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즉 우유 하나로 매출 '2조 클럽'에 입성한 것은 최근 경영환경을 볼 때 의미가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국내 우유 시장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유 수입량이 점차 증가하며 이제 동네 마트에서도 수입산 우유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국내 유업체들은 기존보다 더 좋은 성분을 함유한 프리미엄 우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A2 단백질 성분으로만 이뤄진 'A2 우유'가 주인공입니다. 소화 과정에서 불편감을 일으키는 성분 생성이 줄어 속이 편한 우유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유한건강생활이 호주산 A2 우유를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했으며, 연세유업은 지난해 A2 우유를 출시했습니다. 이달 서울우유와 제주우유도 A2 우유를 선보였죠.
낮은 단가와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우유급식 사업도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국내 유업체의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국내 우유 시장 변화로 낙농산업도 부흥의 길을 걷길 바라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