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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이어 김웅도 불출마…기득권에 가로막힌 초선 '외침'

김웅, 여당 첫 '초선 불출마'…"국민의힘, 민주정당 아니다"

2024-01-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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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유근윤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21대 총선 때 서울 송파갑에 당선,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여당에서 초선의 불출마 선언은 김 의원이 처음입니다. 민주당에선 오영환·강민정·이탄희·홍성국 의원 등 4명의 초선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누구보다 민생과 개혁의 부푼 꿈을 안고 '금배지'를 달았을 초선들이 불출마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고한 양당 체제와 진영논리에 기반한 기득권에 초선의 외침이 가로막히고 개혁이 좌절됐다는 분석입니다. 
 
김웅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당인지 물음에 제 답은 '그러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국민께 표를 달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이 가야 할 곳은 대통령의 품이 아니다. 가야 할 곳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이며, 그것이 보수주의 정당의 책무이고 미래를 여는 열쇠"라면서 "당이 바로 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습니다. 
 
1월8일 여의도 국회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유근윤 기자)
 
'윤핵관 저격수' 김웅 불출마한동훈 비대위 쇄신 '압박'
 
김 의원은 2020년 새로운보수당에 입당,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문재인정부의 개혁정책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력 비판했습니다. 21대 총선에서 송파갑에 당선된 뒤엔 줄곧 당내 개혁을 주창,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대립했습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국민의힘 초선 중 첫 사례입니다. 여당 현역 중엔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에 이어 두 번째며, 수도권 현역 중에선 최초입니다. 
 
앞서 민주당에선 벌써 네 명의 초선이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 △강민정 의원(비례대표) △이탄희 의원(경기 용인정) △홍성국 의원(세종갑, 이상 불출마 선언 날짜순) 등입니다. 이들은 인재영입으로 민주당에 입당했고, 21대 국회에 등원했습니다. 하지만 각자 꿈을 뒤로하고 4년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저마다 현실정치의 한계에 부딪혀 개혁이 실패한 데 대한 좌절감·피로감 등을 토로했습니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지난해 4월 진작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과연 국회가 사회적 갈등을 담아 녹여내는 용광로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해 국민께 안정과 신뢰를 드렸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무너진 민생경제와 국민의 고통 속에 현 정부 실정을 지적하는 것조차 방탄으로 매도하고, 극한대립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질 못하며 작은 양보와 타협조차 이루어내지 못했다"면서 "오로지 기득권과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이 우리 정치에서 개혁돼야 할 첫 번째 대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강 의원은 평교사 출신의 교육 전문가입니다. 강 의원은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을 통해 "아프고 힘없는 이들에게 국민대표의 권위와 권한이 필요할 때는 찾아가 함께 하고, 교육문제도 놓치지 않고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해법을 찾으려 하고, 정치문법을 바꾸기 위한 개혁과제에도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했으나 여러모로 뚜렷한 성과를 냈다기엔 부족함이 턱없이 많았다"며 "깊이 고민한 결과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라고 했습니다. 
 
2023년 12월13일 여의도 국회에서 홍성국 민주당 의원(사진 왼쪽)과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총선 때도 초선 '김해영·이철희·표창원' 줄줄이 불출마
 
판사 재직 중 박근혜정부의 사법농단을 폭로한 이 의원, 경제전문가 홍 의원은 지난해 12월13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이 의원은 "22대 총선에 남아 있는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며 "국회와 거대 양당은 선거제 퇴행 논의, 양당카르텔법 도입 논의를 중단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이 의원은 그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요구,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려는 당 지도부와 갈등했습니다. 
 
홍 의원은 "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얼마 안 남았지만, 4년간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바꿔보려고 노력했지만, 후진적 정치구조의 한계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초선 불출마가 비단 21대 국회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20대 국회에선 김해영·이철희·표창원 민주당 의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다음 총선에 불출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이 선거 때마다 정치개혁을 위해 '새로운 피 수혈'을 외쳤으면서도 정작 초선들이 활동할 무대를 만들어주지 않고 진영논리와 기득권만 앞세운 게 초선의 좌절감을 키우고 불출마를 정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불출마를 선언해야 되는 사람들은 계속 남아 있고, 정치 신인들만 그렇게 자꾸 나간다"라면서 "기본적으로 정치 신인들이 지금 한국의 정치를 답답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고, 이런 마음들이 불출마로 표출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잇따른 초선들의 불출마는 선당후사 모습을 통해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과 선배 정치인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주려는 의도도 있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최병호·유근윤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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