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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방탄만…공허한 167석 '정치퇴행 공범'

이재명호 민주당, 출범 500일 되도록 윤석열 견제할 '국가비전' 실종

2024-01-05 17:30

조회수 : 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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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유근윤 기자] 국가 비전이 안 보이는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정부를 견제하는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는커녕, 정치적 변곡점마다 역주행에 올라탔습니다. 특히 총선 정국에선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시동을 걸면서 개혁 의제를 제시할 동력마저 상실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극단적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여론만 살폈고 1년 넘게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에 매몰된 탓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대표를 비토한 '비명'(비이재명)계도 근본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167명 의원 모두가 '정치퇴행의 공범'인 셈입니다. 
 
이재명호 출범 500일…민생 외쳤지만 민심은 '시큰둥'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는 9일로 취임 500일째를 맞습니다. 이 대표는 2022년 8·28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제6대 당대표에 취임했습니다. 당시 윤석열정부는 출범 석 달째였지만, 대일 굴욕 발언과 연구·개발(R&D) 카르텔 발언, 광복절 경축사 발언 논란,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으로 국정 지지도가 30%대에 정체된 상태였습니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로 석패한 이 대표로선 윤 대통령의 국정 난맥상을 추궁,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1월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도 취임 직후엔 민생과 개혁을 강조했었습니다. 2022년 8월29일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선 "민생 앞에 여야와 정쟁이 있을 수 있겠느냐. 민생의 후퇴를 막고 민생의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한 달 뒤 9월28일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소득·주거·금융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연동형 비례제 확대와 위성정당 방지를 통해 국민의 다양한 의지와 가치가 국정에 수렴될 수 있게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며 "국회특권 내려놓기도 미루지 않고 면책특권 뒤에 숨어 거짓을 선동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호 민주당은 500일째가 되도록 각종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을 뚜렷하게 앞선 적이 없습니다. 윤석열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않았고 민주당만의 국가 비전도 내밀지 못한 탓입니다. 

개딸에 휘둘리고 '이재명 방탄' 올인…개혁동력 '상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이 대표의 극성 지지층인 개딸에 휘둘리고 사법리스크 방탄에 매몰된 것이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개혁의 발판을 마련할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게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주당이 '이재명을 위한 당'이 되면서 이 대표 사수만 몰두했다는 겁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간 민주당의 행보로 봤을 때 민주당에 대한 이 대표의 장악력은 세졌지만,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이 되면서 공당의 존재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라면서 "국민에게 개혁적인,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하고 신뢰를 잃은 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1월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정지 현장방문 도중 흉기를 괴한에 피습을 당했다. (사진=뉴시스)
 
실제 이재명호 민주당은 '개딸 사당화' 비판에도 불구, 대의원제 축소를 핵심으로 한 당헌 개정안을 가결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 확대 약속 대신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려는 등 개혁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더구나 이 대표는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출석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정작 자신에게 특권 내려놓기의 상황이 닥쳤을 땐 '나 몰라라' 했습니다. 이 대표는 앞서 2022년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국회특권 내려놓기"를 주장했고 지난해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해 9월20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부결'을 읍소해 정치 개혁을 주도할 명분마저 잃었다는 평가입니다.
 
민주당이 처한 상황의 책임을 이 대표에게만 물을 수도 없습니다. 민주당 의원들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국민을 지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 역시 4년간 개혁엔 공염불로 그쳐 국가비전 실종과 정치퇴행의 공범이 됐다는 겁니다. 우선 이 대표 임기 동안 당내 '친명'(친이재명) 의원들은 대의원제 개편과 방탄국회 정국에서 개딸과 동조, 이 대표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민생과 개혁은 뒷전이었습니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 등이 "이 대표가 말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누구인지 의심스럽다"며 "말 바꾸기를 일삼으면 그게 다 국민의 눈높이냐"고 비판했으나 '이재명 이후의 민주당'과 국가비전엔 대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이 대표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노력도 없고 이미지 메이킹으로 프레임 전환도 없었다"며 "어중간한 선택만 한 결과, 개혁동력이 상실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최병호·유근윤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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