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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지주 지배구조 개선, 우리금융 가장 시급

금감원 "폐쇄적·불투명 CEO 승계 손질하라"

2023-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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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를 손질하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후속 작업이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과거 경영진 내분 사태를 겪은 후 당국의 권고를 지속적으로 반영해온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와 달리 민영화 이후에도 이사회 권한이 취약한 우리금융지주는 개선이 가장 시급한 상황입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적인 운영과 공정한 CEO 승계 절차와 관련해 '모범관행'이란 이름으로 새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적시한 잘못된 관행을 살펴보면 비정상적으로 기간이 짧고 폐쇄적인 경영승계 절차, 사외이사진이 경영진에 종속된 문제 등인데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현재 지배구조 상태와 같습니다. 
 
우리금융의 경우 올해 초 임종룡 회장 선임 과정에서 지배구조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바 있습니다. 내부 출신인 손태승 전 회장이 연임 포기를 결정한 이후 일사천리로 차기 회장 후보를 추렸는데요. 롱리스트(1차 후보군)와 숏리스트(압축 후보군)를 선정하는데 열흘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외풍에 취약한 이사회 구조 역시 문제입니다.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을 선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는데요. 이들 대부분 우리금융 지분을 나눠가진 과점주주(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IMM PE, 푸본생명, 유진 PE)가 선임한 인사들입니다.
 
과점주주나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않다보니 회장 인선에서 정치적 상황을 배제한 독립적인 결정이 어려운데요.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 회장 선임 당시에도 사외이사 상당수가 반대 의사를 제시했지만 일사천리로 단독 후보 추대로 이어졌습니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추대합니다.
 
우리금융 이사회 사무국 역시 KB금융이 2008년, 신한금융이 2019년, 하나금융이 2021년에 이사회 사무국을 지주사로부터 독립시킨 것을 감안하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늦게 독립성을 확보했습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2일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내놨습니다. 이사회 조직과 기능을 경영진에서 독립시켜서 이사회가 공정하고 투명한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모범관행에 따르면 내부 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줘야 하고, 은행 역량 프로그램 참여 등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모범관행에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사외이사 지원조직은 CEO 관할이 아니라 이사회 아래 독립조직으로 설치하고 업무총괄자 임면은 이사회의 사전동의 등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은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를 운영하는 절차도 마련했습니다. 금감원이 내놓은 모범관행에 따라 각 은행지주와 은행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하는데요. 강제성은 없지만 금감원은 추후 지배구조 관련 감독과 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해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키로 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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