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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디지털 플랫폼 시대…전국 마비는 순식간

2023-11-21 18:16

조회수 : 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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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을 내세운 디지털 플랫폼들이 이제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부터 업무 처리까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대부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회의를 하고, 연말정산도 하고요. 택시도 부르고, 길도 찾습니다. 은행 업무도 이제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대출도 플랫폼에서 받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 편리성은 하나만 뒤집으면 불편함으로 바뀝니다. 플랫폼이 멈추면 모든 일상이 멈추게 된 거지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 널리 쓰이자 은행은 점포와 행원 수를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니 은행 앱이 안 되면 점포를 찾아도 업무 처리가 한 참 걸리고요. 이미 24시간 앱 서비스를 이용했던 고객들은 야밤에 서비스 점검이라도 하게 되면 속을 끙끙 앓습니다.
 
하물며 이것이 국가 행정 서비스 중단이라면 오죽할까요. 최근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지난 17일 오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는 공무원 전용 행전산망인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입니다. 민원서비스 통합 포털인 '정부24'도 사흘간이나 멈췄습니다.
 
주민등록등본 발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주민등록등본은 부동산이나 금융 거래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서류입니다. 행정복지센터마다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금융권도 혼란이었습니다. 신분증 진위확인과 공공마이데이터 서비스 등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금융사들은 급히 정부24를 통한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대신 경찰청을 통한 운전면허증 진위 확인이나 ARS 서비스로 신분증 확인을 진행했습니다. 전월세대출이나 계좌 개설 등 몇몇 업무에서는 정상적인 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대응 매뉴얼조차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유례 없는 일이라 변명하기엔 처음 겪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입주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있었습니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연동 서비스들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시 정부는 카카오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했는데, 정작 정부도 같은 상황을 겪은 것입니다.
 
금융과 행정 디지털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금융상품은 네이버나 카카오가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고, 신분증도 이젠 모바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디지털화를 채근하는 만큼 중요한 건 사이버보안과 안전입니다. 빛과 그림자를 함께 대비해야 합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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