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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K팝 신대륙’···남미를 주목하라

K팝 위기론 타개책인가…AI 신개념 음악 전망도

2023-11-15 00:00

조회수 : 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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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남미는 'K팝의 신대륙'이 될 수 있을까.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멕시코 소재 법인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를 설립해 라틴 음악 시장에 본격 진출합니다. 영미권 팝 다음으로 가장 큰 라틴 아메리카를 교두보 삼아 세계 음악 시장의 영향력을 넓혀갈지 주목됩니다.
 
하이브는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 설립 건에 대해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의 라틴 시장 진출 교두보이자 신인 아티스트 콘텐츠 개발을 위한 거점 역할 법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사진=뉴시스
 
엑자일 뮤직 인수, 1조7000억원 시장 열리나
 
이 법인을 위해 최근 '엑자일 콘텐츠(Exile Content)' 산하 라틴 음악 업체 '엑자일 뮤직(Exile Music)'을 인수했습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빠른 시일 내 알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엑자일 뮤직은 라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업체입니다. 레코딩과 음원 퍼블리싱,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공연기획 등의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의 이사회 의장으로는 라틴 콘텐츠 시장의 권위자 아이작 리(Isaac Lee) 엑자일 콘텐트 창업자가 맡습니다. 아이작 리 의장은 세계 최대의 스페인어 콘텐츠 텔레비전 채널로 꼽히는 유니비전 커뮤니케이션과 텔레비자의 최고 콘텐트 책임자(Chief Content Officer)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안테나3, 아마존, HBC,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즈니 등에서 방영된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프로듀서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이작 리 의장의 합류를 계기로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와 엑자일 콘텐트는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됩니다.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와 엑자일 콘텐트 간의 가교 역할을 맡을 아이작 리 의장은 라틴 시장에 최적화된 콘텐츠 제작을 비롯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의 파트너십 형성 등에도 기여할 전망입니다.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신인 발굴·육성을 위해 정상급 프로듀서를 영입하고 현지에 최적화된 T&D(Training & Development) 및 A&R(Artist & Repertoire) 체제를 구축할 방침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K팝의 검증된 사업적 방법론을 라틴 장르에 접목하는 시도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올해 초부터 K팝과 라틴 시장을 접목시키는 목표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줄곧 얘기해오곤 했습니다. 이는 비영어권 음악이라는 라틴과 K팝의 시장의 유사성 뿐 아니라 시장 규모 또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2022년 기준 라틴 아메리카 음반 및 음원 시장 시장 규모는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로 추산됩니다. 전년 대비 26.4% 성장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음반 및 음원 시장 규모가 9% 증가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라틴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라틴 음악의 인기는 높습니다. 역대 빌보드 핫 100 차트 톱10에 오른 비영어 노래는 총 35개이며 이중 스페인어곡이 19개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나 배드 버니의 ‘아이 라이크 잇’ 등 라틴 시장에서 열풍을 불러 일으킨 곡이 빌보드 핫 100 최상단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이며, 미국에서도 약 20%의 인구가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하이브는 최근 몇년 새 세계 주요 음악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글로벌 성장 동력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2021년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 팝스타들이 속한 미국의 이타카 홀딩스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세계적인 힙합 레이블 QC(Quality Control Music) 미디어 홀딩스, AI 오디오 기술 기업인 수퍼톤 등을 차례로 흡수해왔습니다.
 
미국 대표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TIME100 Most Influential Companies)에 2년 연속 선정됐을 당시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하이브(HYBE) 방시혁 의장 모습. 사진=타임
 
K팝 위기론 타개책…AI 신개념 음악 전망도
 
이는 방시혁 의장이 올해 언급한 'K팝 위기론', 즉 K팝의 성장 둔화를 타개할 전략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로컬리즘이 해체되는 현 상황에서도 라틴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도 라틴 거주자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래미까지도 '라틴 그래미상'을 별도로 만들 정도인데 '라틴팝 다음은 K팝'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세계 음악 시장에서 두 부문은 닮은 점이 많다"고 봅니다. 또 "K팝 성장 둔화와 관련 라이트 팬덤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 방시혁 의장은 이미 해답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도 짚었습니다.
 
한국 음악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DFSB 콜렉티브의 버니 조 대표는 "하이브가 지난해 QC 뮤직을 인수했을 때는 갑자기 발표한 상황이라 미국 현지 음악계에서 술렁였던 분위기가 있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이번 봄 부터 방시혁 의장이 전면에 나서 라틴 인수를 밝혀온 만큼 크게 놀라진 않았다"며 "K팝을 향후 어떻게 라틴 쪽에 접목시킬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업계는 향후 AI기술 접목의 다국어 음악 개발을 위한 연계 가능성도 내다봅니다. 최근 미국 팝스타 라우브가 한국어 버전의 '러브 유 라이크 댓(Love U Like That)'을 AI 기술을 활용해 낸 것과 같은 음악 제작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것. 유키스 출신의 케빈이 부른 노래에 라우브의 목소리를 학습한 인공지능(AI) 필터를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한 '러브 유 라이크 댓'은 최근 세계 음악시장을 놀래켰습니다.
 
버니 조 대표는 "QC뮤직 인수 때 음악 부문은 그대로 보존했던데 반해 엑자일 인수 때는 하이브가 'K팝 메소돌로지(방법론)'을 라틴 음악 시장에 녹여내겠다'는 의견을 고수해오고 있다. 자체 개발한 '슈퍼톤'(AI 음성기술)'까지 활용한다면, 음악계의 '빅3 언어'(영어-스페인어-한국어) DB 기반의 '음악 빅뱅'이 열릴 가능성도 크게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발굴한 17년 차 가수 이현(40)의 음악에 AI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 ‘미드낫’. 사진=하이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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