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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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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증권부 종목팀 박준형입니다. 상장사들에 대한 생생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급증하는 불성실공시…솜방망이 처벌 개선 필요

불성실공시법인 전년비 50% 급증…지정예고는 70% 늘어

2023-10-30 06:00

조회수 : 7,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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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A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변경됩니다. 대규모 자금조달도 함께 이뤄지죠. 마침 신사업 진출소식이 전해지며 주가는 급등합니다. 그러나 실제 최대주주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A사의 주가가 급락했지만 회사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의도적 공시위반이 의심되지만 여전히 코스닥시장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시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다시 급증한 불성실공시법인, 경영권 관련 늘어
 
(그래픽=뉴스토마토)
30일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올해 급증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지난 26일까지 한국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공시는 총 100건으로 전년 동기 67건 대비 49.25%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는 148건으로 전년(87건) 대비 70.11% 늘었죠. 
 
올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들은 앞선 공시위반 사례들과 다른 추이를 보였습니다. 앞선 공시위반 사례들이 코로나19와 레고랜드사태 등을 거친 상장기업들이 자금조달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면, 최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경영권 변동이나 영업관련 지연·번복 공시가 주를 이뤘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불성실공시법인지정 중 유증이나 메자닌 등 자금조달 관련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22건으로 전체(54건) 비중 40.7%를 차지했는데요. 올해 100건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중 유증이나 CB발행 등으로 지정된 건은 19건으로 확인됩니다. 
 
무자본 M&A 영향?의도적 공시위반 지적도
 
코스닥 상장사 THE MIDONG(161570)(더미동)은 지난 6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과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등 4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공시했습니다. 더미동은 중국계 최대주주가 지배하고 있는 상장사인데요. 최대주주 변경 소식을 전후로 주가는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마침 에너지 기업 전환을 위한 신사업 진출 소식도 전했죠.
 
결과적으로 더미동의 최대주주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법인만 변경됐을 뿐 실질적인 지배주주는 그대로였죠. 유증과 CB발행 등 자금조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등 중국계 기업들은 막대한 차익을 거둔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대주주(상해유평인베스트먼트)는 지분을 매각해 현금 41억원을 확보했고, 함께 움직인 중국계 법인(비타&디벨롭먼트)은 주가대비 2배 이상 저렴한 CB를 통해 차익을 챙겼을 것을 보입니다. 또 다른 중국계 법인(맥스스탭크리에이션)은 기습적으로 CB를 대량으로 전환.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3개의 중국계 법인 대표가 모두 동일인(천 티엔티엔)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영권 양수도 계약은 물론 유증, CB발행도 철회됐고 더미동 주가는 70% 넘게 급락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였습니다. 회사는 공시불이행 1건 및 공시번복 3건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지만, 공시위반 벌점 11점에 따른 1일간의 거래정지와 공시위반제재금(4400만원)만 부과됐습니다. 더미동은 뒤늦게 이전 최대주주와 현 최대주주가 같다고 공시했죠.
 
공시위반 11건도 단 하루 거래정지…"제재 수위 강화해야"
 
더코디(224060)(전 코디엠)도 세부적인 내용이 다를 뿐 비슷합니다. 더코디는 앞서 지난 2018년 보름만에 주가가 7만181원에서 23만4859원까지(액면병합, 감자 감안) 3배 이상 급등했는데요. 당시 코디엠은 이에스브이(현 경남제약헬스케어)를 비롯해 미국 법인 등에 투자하며 바이오신사업에 진출을 예고했고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고 2018년부터 이에스브이 매각을 공시했지만 수차례 미뤄졌죠. 코디엠은 2022년이 돼서야 지분매각을 철회됐습니다. 공시불이행 10건과 공시번복 1건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지만, 벌점 13.5점과 공시위반제재금 5400만원을 부과받고 끝났습니다.
 
이밖에도 셀리버리(268600)(유형자산 취득 철회), KD(044180)(채무보증), 아우딘퓨쳐스(227610)(담보제공), 파라텍(033540)(타법인 취득), 쌍용정보통신(010280)(거래중단), 제일바이오(052670)(대표이사 변경), 윈텍(320000)(최대주주 변경 주식 양수도), 퀀타피아(078940)(경영권 변동 계약) 등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뒤늦게 공시했는데요. 이중 벌점 15점 이상을 받아 관리종목에 지정된 사례는 없습니다. 비케이탑스(030790), 비디아이(148140) 등은 15점 이상의 벌점을 받았지만, 이미 상장폐지 사유 등이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종목들이죠.
 
전문가들은 불성실공시법인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원구위원은 “공시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 지적은 그간 계속 이어져 왔지만, 제재를 강화할 때 기업부담이 커진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까지는 재계의 입장으로 공시 위반에 대해 관대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유지돼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황 연구원은 “공시 위반 사례가 많아지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면서 “지금보다 처벌 수위를 일정 수준 높이는 것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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