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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몰아치는 '색깔론'…통합 대신 '극단적 대결정치'

윤 대통령, 자총 창립행사서 "반국가세력"…4·19 기념식서 "사기꾼 농락"

2023-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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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철 지난 '색깔론'이 정국을 뒤덮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극단적 대결 정치를 부추기면 국민의힘이 이에 보조를 맞추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중도층 공략에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국가세력·사기꾼 농락”…도 넘은 흑백논리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자총)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을 두고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습니다. 문재인정부가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완화와 해제를 주장하고,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의 출발점으로 삼자고 제안했기 때문이죠.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다음 날인 지난 29일 의혹을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정부나 특정 정치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반적인 말씀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색깔론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올해 4·19혁명 기념식에서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며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저희는 많이 봐왔다”고 했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4·19 기념사를 야당 공격 수단으로 삼았다며 유감을 표했죠.
 
윤 대통령이 올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한 점도 최근 자총 행사에 참석한 것과 대조됩니다. 현역 대통령의 6·10 기념식 불참은 2007년 국가기념일 제정 이후 최초입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제주 4·3 추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2022년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해 올해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용산 거수기' 여당도 보조…“총선용이라면 불리한 전략”
 
한국의 이념과 진영을 구분 짓는 기로로 꼽히는 지점들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의 행보에 여당은 힘을 싣고 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에 대해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것이기에 민주당이 이에 대해 반발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며 “종잇조각에 불과한 종전선언 하나로 대한민국에 평화가 온다고 외친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부여당은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올해 6·10 기념식 불참했는데요. 이에 대해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 아래 가짜뉴스와 망언으로 사회분열을 획책하며 대한민국 존립 가치를 뒤흔드는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윤 대통령과 여당의 모습에 대해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굉장히 일관적인 태도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총선을 위해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목적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평론가는 “극우적 성향으로 보이는 메시지로 중도층의 지지까지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내년 총선까지 겨냥한다고 볼 경우, 오히려 윤 대통령과 여당에 불리한 전략”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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