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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대출규제에 분양권 내다판 은행원

2021-10-13 06:00

조회수 : 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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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를 분양받은 제 동기는 가계대출 규제로 사업자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할 은행을 찾지 못해 청약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규제 전에 진행된 내용이라는데 안타깝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분양권이 전매제한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한 당사자인 모 은행 A차장은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오른 시세만큼의 프리미엄(피)를 받고 분양권을 판매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목돈이 생겼지만, 그는 이번 생에 다시는 같은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는 전언이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재차 뚫기가 만무한 데다 조정대상지역이 넓어지면서 이번처럼 서울 인근에 집을 구하기 위해선 못해도 향후 7년은 청약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총량 관리를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실수요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대출 절차나 자금 조달계획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은행원도 속수무책이라는 토로는 새롭게 다가온다. 일반 대출자들은 얼마나 지금 규제에 무력한지를 방증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에 따르면 연말까지 잔금 대출 등에 8조원가량이 필요하지만,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개 은행에서 금융당국이 준 규제 내 남은 대출 잔액은 약 7조5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한 점은 이런 피해에도 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한 책임감 있는 자세를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당국은 은행에 전년 대비 증가율 5~6%라는 모호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은행 자체적으로 죌 수 있는 대로 죄어 보라는 주문인 셈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서야 "(가계부채 증가율 억제 목표) 6.9%를 달성하려면"이라며 운을 뗐다. 국정감사 시기가 이보다 일러 은행들의 총량 산출 시점이 이보다 더 빨랐더라면 한 명의 실수요자라도 더 대출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 대출도 가능한 한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당국의 모습은 무섭기까지 하다. 집단대출뿐만 아니라 전세자금대출 등 계절적으로 돌아오는 대출 영역에 대해서도 규제에 나서겠단 태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런 입장을 반영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실수요자와 서민층에 피해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가계 건전성이 우선이라는 당국의 명분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앞서 소식을 전한 은행원은 "결국 십수억대 현금 있는 사람들만 집 사는 게 아니겠냐"며 "내 집 마련을 위해 결혼 후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신혼부부가 다수다. 아이라도 낳게 되면 미혼모가 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신병남 금융부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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