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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금융당국 시장개입 과하다
입력 : 2020-06-17 오전 6:00:00
얼마 전 만난 고등학교 동창은 최근 자신이 받은 한 심리상담 일화를 소개했다. 20분 남짓한 시간에 불과했지만, 상담사에게 속내를 스스럼없이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친구는 상담사가 그림그리기 등 상담기술이 대단했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상담사가 자신만이 사용하는 특정 언어나 반복하는 단어에 질문들을 집중하면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찾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에서도 앞서 상담사의 사례는 비슷하게 적용된다. 말실수 내지 큰 의미가 아니다고 말하는 그들의 반응은 기자 입장에선 직접적인 워딩보다 강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더구나 은행과 같은 규제산업에서 정부 고위당국자가 뱉는 말 한마디는 무게감이 다르다. 표면적으론 방향을 말한다지만 그 대상이 누구를 지칭하고 있는지, 어디로 향해있는지는 분명하다. 주요 금융사의 배당이 끝난 지난 4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배당 자제를 권고하자마자 하나금융지주에 기자들의 눈이 쏠렸다. 하나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배당 자체만을 놓고보면 코로나19 여파를 대비하라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틀린 것이 없다. 자기자본에서 배당액이 줄어드는 만큼 은행의 자본적정성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중소기업 등 대출지원에도 나쁜 영향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의 상황을 더해보면 생각의 여지가 많아진다. 1분기 좋은 실적을 달성한 데다 2분기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지난 15년간 글로벌 경제위기로 마이너스 실적을 달성한 2009년을 제외하고 14번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하나금융 주주에게 중간배당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하고, 이 상수가 지금의 하나금융 주가를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해 배당여력을 크게 늘린 하나금융은 1500억원가량을 중간배당했다. 지난해 달성한 순이익은 중간배당액에 16배다. 당국도 이를 모르진 않을텐데 배당 축소도 아닌 자제를 권고하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도 선뜻 동의가 어려울 것 같다.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키코(KIKO) 분쟁조정 등 하나금융은 현재 당국과 마주할 일이 적지 않다. 당국의 설명을 텍스트 그대로 듣고 있지만 대상이 분명한 규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 상담사 자격증이 없지만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는지는 오히려 또렷하게 들린다.  
 
신병남 금융팀 기자 fellsick@etomato.com
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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