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케이뱅크발 대주주 자격요건 완화가 전체 금융회사로 확대할 조짐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제한 조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이 빠지면서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는 데다 금융사 대주주와 공정거래법 위반과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금융당국도 "당초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에 공정거래법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며 금융사 지배구조법에서 공정거래법을 완전히 삭제하는 방안을 국회와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7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금융사 대주주 자격 요건에 공정거래법이 왜 들어가 있는지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며 "공정거래법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32조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대주주는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하지 않은 자로 한정된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해 자격기준을 둔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에 웬 공정거래법이냐"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외국과 다르게 공정거래법을 경제 기본질서로 보고 있다"며 "언제부터 공정거래법이 경제 기본질서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재벌'이라는 한국만의 특수한 독과점 체제 때문에 제조업외에도 금융회사까지 공정거래법을 넓게 반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외에 전체 금융회사에도 공정거래법 규제를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산업과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좀 더 완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회사는 인수합병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규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단기금융업무) 사업자 인가를 받아, 자기자본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모험자본 투자에 운용할 예정이었다. 초대형 IB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금융위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했고, 2년째 사업이 표류 중이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과의 형평성, 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에서 공정거래법을 삭제하는 방안을 국회와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전면 손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업계에서 특혜 논란이 있는 만큼, 필요시 전체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에서 공정거래법을 삭제하는 방안을 국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국회의원·시민단체가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완화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이들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완화로 다른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도 완화되고, 결국 전체적으로 금융건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더 많은 경제 주체들이 경쟁법을 지키도록 해야 할 정무위가 담합 등 경쟁법을 지키지 않아도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범죄이력을 가진 산업자본을 규제의 희생양으로 둔갑시켜 공정거래법을 위반해도 은행 대주주가 되는 길을 닦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