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현직 시절 후배 여검사 등을 강제추행한 검사출신인 전 대기업 임원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하면서 대검검찰청의 ‘봐주기 감찰’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발목이 잡혔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 30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해자의 주거, 가족관계, 종전 직업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허 부장판사는 "이미 수집돼 있는 증거의 내용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 염려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예상치 못한 기각 사유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A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직후 “기각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만 짧게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하지만 주말동안에도 조사단은 기각사유에 대한 분석과 보완작업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영장기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1일 “A씨는 외국에 나가 있다가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즉시 귀국하지 않았다. 조사단이 출국금지 등 조처를 취한 다음에야 입국한 것”이라면서 “주거나 종전 직업, 가족관계 등을 들어 도망의 염려가 없다고 본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지난 2월 중하순쯤 해외에 체류 중인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A씨는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출석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조사단이 지난 3월3일 쯤 출국금지 조처 등 강제수사 절차를 밟고 나서야 3월12일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중견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영장기각 사유 중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은 3년 전 사건이 왜 지금에서야, 그리고 왜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나서야 수사대상이 됐는지에 비춰볼 때 고민을 덜 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지난 2월1일 활동 시작과 동시에 대검찰청 감찰본부 등으로부터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검찰 내 성범죄 사건 정보들을 넘겨받았다. A씨에 대한 혐의도 이 때 조사단으로 넘어왔다. 그는 A씨는 2015년 회식 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조사단 관계자는 “대검 감찰본부에서 처리한 사건 중 미심쩍은 부분을 따로 골라 내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A씨 사건은 대검에서 받은 자료 중 조사단이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착수는 쉽지 않았다. 조사단이 확인한 피해자만 2명, 검찰 내 거론되는 피해자는 그 이상이다. 조사단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되는 피해자의 진술확보가 사건 특성상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조사단 이번 구속영장 청구 전 피해자를 확인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매우 애를 먹었다.
A씨에 대한 영장기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사건이 검찰 내 ‘봐주기 감찰’ 의혹과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3년 뒤 구속영장이 청구될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았지만 2015년 당시 A씨는 아무런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고 검찰을 나왔다. 이렇다 할 조사도 받지 않았다.
피해자가 사건이 공론화되는 걸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게 당시 검찰의 설명이었지만, 고검장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감찰이 중단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당시 이 사건을 아는 검찰 관계자들이나 감찰부서에서 근무한 검사들은 지금도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사단도 A씨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조사단은 A씨의 강제추행 사건을 처리한 뒤 당시 감찰본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사실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동부지검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