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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승부수 던지기 전날 밤 일선 검사들에게 알려
내부 통신망으로 공지…당일 "현 경찰제는 일제 유산" 등 강경 발언
입력 : 2018-03-29 오후 9:24:2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학구파형 리더’, ‘모범생 맏형’이라는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른바 ‘검찰패싱’이라는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하면서, 외부에 대한 존재감 각인과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동시에 수습한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이날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당사자인 검찰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합의안을 논의한다는 말을 들었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경과는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사권 조정 논의 방식이 이를테면 공개되지 않는 방식으로 관련기관과 협의 하지 않는 방식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최근 박 장관을 만난 기회에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직접 우려를 표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장관과 만난) 그 자리가 그것(수사권 조정 논의)을 위해 만난 자리가 아니었지만 제가 (관련 문제에 대해)우려가 있다는 수준으로 의견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조국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을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안에 합의하면서 경찰 수사 종결권, 사건 송치 전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등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검찰 측이나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권 조정안은 논의 중이다. 아직 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당사자인 검찰을 배제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는 ‘검찰이 왕따까지 당하고 있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문 총장은 전날 오후 늦게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 사실을 일선 검사들에게 알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런 예는 거의 없었다. 공지 외에 이렇다 할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합의에서 검찰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검찰 내부 지적이 있던 터여서 문 총장이 직을 걸고 할 말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밤 늦게 조직 내부가 술렁이면서 '총장 사퇴설'이 돈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경찰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제도인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하는 문 총장의 논리에도 상당히 힘이 들어갔다. 그는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해 경찰에서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행되는 결과를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현재 경찰의 중앙집권적 단일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문 총장은 우리나라의 경찰제도의 연원을 일제 강점기로 지목했다. 그는 “우리가 해방된 지 70년이 넘었다. 다른 사회분야는 생활용어부터 우리 문화로 많이 바뀌었는데 형사사법은 식민지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그 중 하나가 국가 단일 경찰체제”라고 지적했다. 일제의 잔재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제 도입을 강조했다. 문 총장은 “현대 민주국가에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면서 현 경찰제를 도입한 일본조차도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형사시스템에서 많은 문제를 보게 되는데, 제 생각에는 단일 통치 시스템이라고 본다. 자체경찰제가 시행되고 시스템이 바뀌면 검찰도 식민지 시대부터 이끌려 온 것을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도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 내지는 같은 선상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치경찰제와 수사권조정은 같은 레벨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면서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사법경찰이 있을 뿐이지 수사경찰은 없다. 사법경찰의 권능도 검사의 지휘를 전제로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영미법상 있는 수사경찰은 검사 지휘를 전제하지 않기 때문에 피의자에게 질문을 하지 못하게 돼 있는 등 형사소송법상 권능이 축소돼 있다”면서 “이런 큰 차이를 두고 대륙법상 사법경찰과 영미법상 수사경찰을 같이 논의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이어 “우리 사법경찰을 자치경찰로 그 권능과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면서 “대통령 공약에 이미 들어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정부 업무보고 당시 대통령께서도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은 '원샷'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이미 말씀하셨다. 국정과제 이행계획에도 같은 말씀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사권 조정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자치경찰제는 참여정부 때도 나왔던 논의인데 (지금) 상대적으로 논의가 많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총장은 경찰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검찰에게 지휘권을 남겨둬야 한다는 취지도 밝혔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수사권 조정이 검찰개혁'이라면서 논의가 '수사지휘'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수사지휘는 통상의 과정을 통해 경찰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바로 잡는 일이다. 개별검사가 수사 지휘를 과하게 해 불만을 사게 된 경우는 있지만 수사지휘 자체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있던 경우는 제가 알기론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이 이날 나름대로 강수를 뒀지만,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가 수습될 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별 내용 없다”라는 지적과 “목소리를 낼 만큼 냈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검찰청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오늘 수사권 조정 등 현안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있다는 사실을 어제 들어서 주의 깊게 봤지만 만족할 만 한 내용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도 “과거와 같이 ‘직을 걸겠다’는 정도의 수위를 예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수사부서의 한 부부장급 검사는 “나름대로 할 말은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현 단계에서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조직으로서도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또 다른 검사는 “어쨌든 검찰이 수사권 조정이라는 거대한 담론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한 것 아니냐. 공은 넘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치소 방문조사를 하기로 한 지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문무일 검찰총장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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