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키맨’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 3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추가된 혐의를 고려하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차 영장청구가 기각된지 14일만이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달 20일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 전 국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전체 범죄 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추 전 국장은 현재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건 가운데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사건’과 ‘국정원 검찰 수사방해 사건’ 외에는 대부분 사건에 연루돼 있다. 국정원에서 수사를 의뢰한 혐의만도 7개이다. 이번에 국정원의 청와대 뇌물 상납사건에도 그가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혐의가 8개로 늘었다.
추 전 국장이 쥐고 있는 ‘키’ 중 주목할 사건은 국정원 활동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직접 보고한 건이다. 추 전 국장은 2016년 7월 ‘우병우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등’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고 이 전 특별감찰관이 특별감찰에 나서자 국정원 직원들에게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내용을 우 전 수석에게 2회에 걸쳐 보고했다. 청와대 공무원과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 혐의다.
우 전 수석이 사찰을 지시한 증거가 나오면 우 전 수석 역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 영장이 청구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은 세 번째 영장 청구다. 검찰이 추 전 국장에 대한 두 번째 영장을 청구하면서 추가로 적시한 혐의 역시 ‘불법사찰’ 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국장이 구속되면서 우 전 수석과 함께 최윤수 전 2차장도 소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의 최측근으로 지난 달 24일 우 전 수석이 추 전 국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찰’ 내용을 본인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검찰이 단독으로 인지한 사건인 ‘청와대 뇌물 상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 전 국장의 역할이 적지 않다. 검찰은 추 전 국장이 박근혜 정부 당시 5만원권 현금 다발을 봉투에 담아 조윤선, 현기환 등 당시 정무수석들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추 전 국장의 구속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적폐사건 대부분이 추 전 국장을 교집합으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수사팀에 사건이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다소 숨통이 트인 것 같다. (수사) 걸음이 좀 빨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정치공작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