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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제지 경영권 불법 확보 도운 신한은행 150억 손배 확정
대법 "불법행위인 줄 알면서 도와…공동 책임있어"
입력 : 2016-11-25 오후 11:07:1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불법적으로 신호제지(현 한솔아트원제지)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주주를 도와준 신한은행이 피해자에게 15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5일 M&A전문회사에게 신호제지 경영권을 빼앗긴 엄모씨가 “횡령 등 위법한 방법으로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주식을 매수해줘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15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한은행은 엄씨의 경영권 취득 및 행사 사실과 M&A전문회사 대표가 조합원들 의사에 반해 조합이 소유하고 있는 신호제지 주식을 매각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주식을 매수하고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M&A 전문회사 대표의 횡령행위와 공동으로 엄씨가 신호제지 경영권을 상실하는 데 공동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같은 취지로 M&A전문회사 대표와 신한은행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또 “엄씨와 신한은행 사이에 경영권을 수반한 주식 거래가 없어 사후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엄씨가 신호제지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경영권 취득을 위해 직접 지급핸 금액과 의결권을 위임받은 대가로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풋옵션에 따라 부담하게 될 액수 등을 종합해, 신한은행이 엄씨에게 지급할 손해배상액을 150억원으로 산정한 원심 판단 또한 타당하다”고 밝혔다.
 
신호제지는 1988년 이후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이었는데, 채권단은 2003년 신호제지 주식을 매각해 워크아웃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그 뒤 신호제지 경영자 이모씨는 엄씨에게 신호제지 인수를 권유했고, 엄씨는 이씨의 소개로 M&A전문회사인 아람파이낸셜 이모 대표를 만나 신호제지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산업발전법상 M&A전문회사가 보유해야 할 자본금 70억이 없었던 아람파이낸셜은 회사 등록을 반납한 상태로, M&A거래를 중개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엄씨는 아람파이낸셜 증자대금과 신호제지 인수대금을 마련해 신호제지를 인수하기로 했다. 다만 신호제지 전 경영주 자금 투입을 막기 위해 증자된 아람파이낸셜 주주명의는 일단 이 대표로, 자신이 매입한 신호제지 주식 주주명의는 아람파이낸셜로 하기로 약정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이후 지분 비율을 엄씨가 4, 이 대표가 3으로 정해 엄씨가 최대주주가 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M&A전문회사 재등록에 필요한 자금을 증자 받은 이 대표는 아람파이낸셜 신주를 발행하고 증자된 주식 주주명의를 자신으로 한 뒤 엄씨 몰래 자본금을 80억원으로 증자했고, 자신의 지분비율를 51%로 만들어 엄씨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엄씨는 약정대로 이 대표에게 신호제지 인수자금 40억원을 대줬고, 이 대표는 채권단에 의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채권단이 가지고 있던 신호제지 주식이 53.8%를 680억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러는 사이 엄씨는 신호제지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호제지 협력업체 34개사와 아람파이낸셜로 이뤄진 구조조정조합을 결성했고, 조합은 2004년 12월 약 177억원을 조성했다. 이 중 아람파이낸셜이 출자한 20억원은 엄씨가 준 돈이었다. 이 대표는 이후 신한캐피탈 등 3개 금융사와 150억원의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금융사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각 금융사들이 신호제지 주식을 처분할 경우 자신이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한 뒤 신한은행 등 시중 은행에서 총 1450억원의 장기대출을 받았다.
 
2005년 신호제지를 인수한 엄씨는 부회장으로 취임해 경영에 나섰는데, 국일제지가 신호제지 주식 19.8%를 확보하면서 2대주주에 올라 경영에 참여했다. 그 뒤에는 이 대표가 있었다. 뒤 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엄씨는 빌려준 증자금 40억원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는 사이 국일제지는 신호제지 지분 총 31.85%를 확보하면서 엄씨 지분 27.99%를 근소하게 넘어섰고, 지분 13.7%를 보유한 조합이 경영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됐다. 
 
그러자 조합의 업무집행을 맡고 있던 이 대표는 엄씨 등 조합원들 의사에 반해 조합이 가진 신호제지 발행주식 273만9010주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다음 신한은행에게 매입을 요청하면서 국일제지에게 유리한 쪽으로 행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대표의 행위는 횡령행위였지만 신한은행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매물로 나온 신호제지 주식을 모두 사들였고, 신호제지의 경영권은 결국 국일제지에게 넘어갔다. 
 
엄씨는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이 대표가 징역 3년을 확정 받은 뒤 이 대표와 신한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엄씨 청구를 일부 인용해 이 대표와 신한은행이 엄씨에게 총 245억원을 연대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한은행만 항소한 2심에서는 이 대표와 신한은행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한 뒤, 실현되지 않은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며 경영권 인수 당시 엄씨가 지급한 금액 등을 종합해 신한은행이 엄씨에게 15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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