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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들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8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무려 22%의 고성장을 이뤄내면서 경기 침체를 무색케 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역시 12%로 1위다. 1999년 20개에 불과했던 면세점 수는 올해 44개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면세점마다 값비싼 해외 명품으로 채워지면서 경쟁력 있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명품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들의 요구 수준은 배짱 이상으로 높아졌다. K-POP 등 한류의 과실을 산업의 한류로 잇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해외 명품에 의존하는 면세점 운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아프다.
국내 면세점 시장이 해외 명품 브랜드의 홍보장으로 전락한 가운데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2차에 걸친 면세점 혈전을 치렀다.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매장 비중과 판로 지원 등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은 그나마 두산 정도였다. 이 같은 두산조차 본업이 중공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작정 돈을 쫓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승자와 패자가 엇갈린 가운데 이번 혈전은 대기업의 독과점식 시장 구조와 불투명한 심사평가에 대한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가장 시급한 건 면세점 사업 선정 방식의 개선이다. 현행 방식은 지극히 정성심사 위주로 구성돼 객관성이 떨어지고,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전체 1000점의 배점 가운데 ▲운영인의 경영능력 평가(300점)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은 사실상 객관화된 지표로 산출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방식처럼 사전적격심사를 통해 경영능력, 법규 준수도, 상생협력 등 정성적 평가로 부적격자를 제외시키고, 경매입찰을 통해 가장 높은 특허수수료를 제시한 기업을 선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수수료 경매는 정부의 재정수입을 최대화하면서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 유착에 따른 특혜 시비도 해소 가능하다.
관세청은 지난 7월에 이어 11월에도 면세점 심사에서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공정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탈락한 기업에 돌아온 건 총점뿐, 어떤 항목에서 어떤 기업이 몇 점을 받았는지, 선정과 탈락의 배경은 무엇인지 단 한 줄도 없었다. 잘못을 알아야 고치는데 개선의 여지를 그 싹부터 잘랐다. 관세청은 평가점수부터 당당하게 공개해 시장의 오해를 풀고 난 뒤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였다고 말해야 한다.
김영택 탐사팀장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