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6번. 옷 왼쪽 가슴팍에 붙은 번호다. 오늘 하루 이름 석자 대신 모두가 이 번호로 나를 불렀다. 스마트폰 등 모든 소지품이 영치됐다.
기자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 천왕동에 있는 서울남부교도소에 수용됐다. 법무부가 교정의 날 7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일일 수형자 체험 행사'를 통해서다. 교도소가 외부인을 초청해 수감생활을 체험하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면으로 만들어진 진회색 수인복을 지급받고 신입자대기실에서 검신(檢身)을 받았다. 위험한 물건이나 자살에 이용할 수 있는 물건 반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항문 검사도 했다. 가림막이 설치된 곳에서 앉은 채로 용변을 보는 자세다. 항문을 촬영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수형자 중에는 항문에 마약이나 담배를 숨겨 들어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항문검사는 지휘고하 막론하고 누구든 한다. 교정 관계자는 "2010년쯤부터 항문검사를 했다"며 "용변을 보는 자세로 앉았다 일어나면 웬만한 것은 다 빠져 나온다"고 했다.
검신을 마치고 이름과 수용번호가 쓰인 인쇄물을 들고 사진을 2장 찍었다. 안경 착용자는 안경을 쓰고 한 번, 안경을 벗고 또 한번 찍었다. 이름이 적힌 인쇄물 위치는 배꼽 부분쯤이다. 사진에는 이 부분이 나오지 않는다. 얼굴 바로 밑 부분까지 들고 찍으면 사진에 이름과 번호가 나오게 돼 인권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5명이 함께 쓰는 12.01m²(3.63평)의 수용실은 제법 깨끗했다. 많게는 7명까지 같이 생활한다. 구로구 고척동에 있던 서울남부교도소는 2011년 이전돼 지금 자리로 옮겼다. 건물 외벽도, 수용실 내부도 잘 정돈돼 있었다. 수용실 내부에 수세식 변기가 있었다. 수압도 좋았다. 화장실과 방은 유리창문과 여닫이문으로 구분됐다. 이곳에 기자까지 4명이 수용됐다. 수용실은 침묵이 줄곧 지배했다.
개인에게 지급되는 물품은 모포 2장, 베개, 수건 1장, 양말, 런닝, 팬티, 칫솔·치약·비누 세트 등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숟가락, 젓가락 등 식기도 받았다.
세로 152cm, 가로 213cm 크기의 모포는 특히 요긴했다. 100% 폴리에스테르로 질감이 꽤 부드러웠는데 난방을 대용할 만큼 따뜻했다. 이날은 아직 난방을 시작하지 않아 수용실은 추웠다. 땅거미가 진 오후에는 수용실 바닥이 차가웠지만 모포로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동절기가 아니기 때문에 난방은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가동된다. 원칙적으로 잠을 자는 시간 이외에는 모포를 깔고 눕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26일 서울남부교도소 점심 식사 장면. 사진/법무부
식사는 수용실에서 해결한다. 수용자들 중 식사 당번이 배식을 한다. 입구 쪽 철창에 음식을 넣는 입구를 통해 배식 받는다. 개인에게 지급된 그릇 2개에 밥과 국을 담는다. 공용으로 쓰는 반찬그릇에는 중요 반찬을 담는다. 한 끼 1386원짜리 식사메뉴는 예상보다 괜찮았다. 점심에는 제육볶음이 나와 깻잎에 싸 먹었다. 저녁에는 꽁치구이가 인기가 좋았다.
오후 2시쯤 지인과 통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전 허락제다. 수용자들은 전화통화 양식을 제출한 후 이틀이 지나고 통화할 수 있다. 통화시간은 3분이었고 교도관이 통화 상대방에게 녹음된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애초 지인과 통화하기로 했지만 두 차례나 전화가 닿지 않았고 결국 가족과 통화할 수 있었다. 3분은 참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애틋한 시간이기도 했다. 기자가 체험한 1급수(개방처우급) 수용자는 한 달에 5회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자신의 비용으로 전화카드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오후 5시 이후 저녁을 먹고 하루 일과가 끝났다. 수용실에서 2시간가량 교화방송을 시청했고 출소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예정된 출소시간이 다가오자 자유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졌다. 오후 8시쯤 출소확인서를 받고 당직 교도관과 악수를 하고 교도소 문밖을 나올 수 있었다.
실제 수용자들의 출소는 오전 5시다. 지난 27일 오전에는 10명의 수용자들이 형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왔다. 박 모 교도관은 출소 직전 "수용자들의 70~80%가량이 가정소외를 겪은 사람들이다. 결국 나가면 국민들이고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남부교도소 시설 현황. 자료제공/서울남부교도소
남부교도소 내 수용실. 사진/법무부 제공.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