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캡슐과 같은 양약 형태로 만든 '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을 의사에게만 부여하도록 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현행 고시는 유효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황병하)는 20일 "천연물신약 허가 사항을 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를 무효로 해달라"며 대한한의사협회와 김필건 전 한의협 회장, 한의사 이상택씨가 낸 소송에서 고시가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이 같이 판결했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대해선 원심대로 각하했고, 김 전 회장과 이씨의 청구는 원심을 깨고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으로 한의사협회의 구체적인 권리·의무 또는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며 본안 판단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만약 고시가 무효라서 생약제제로 품목허가가 이뤄진 약물에 대한 품목허가가 무효가 된다고 해도, 의사들이 해당 약물을 처방할 수 없게 되는 것일 뿐 한의사들이 한방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이를 처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품목 허가받은 생약제제가 실제로는 한방원리에 의해 제조된 것인데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해 제조된 것이라고 판단해 생약제제로 품목허가처분이 잘못된 것"이라며 "품목허가처분을 다퉈야하는 것이지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해 제조된 것만을 생약제제라고 규정한 이 고시규정 자체를 다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동물·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생약으로 제조된 모든 의약품을 한약제제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된 의약품만을 한정하여 한약제제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해 생약으로 제조된 의약품은 한약제제가 아니어서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에 해당하고 이를 생약제제라고 명칭을 부여한 것은 약사법에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사들은 한약을 원료로 만든 천연물신약이 식약청 고시에 따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직접 처방을 할 수 없게 되자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고시는 생약제제를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말한다고 규정한다"며 "한약제제가 제외되면서 한의사가 기원생약을 기초로 의약품을 개발해도 이를 처방할 수 없게 돼 한의사의 처방에 관한 권리 또는 법적 이익을 침해한다"며 한의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1심과 2심이 엇갈리면서 양측은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판단을 받아볼 것으로 전망된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