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와세다대 객원교수 강종헌(64)씨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지 38년만에 무죄를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976년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강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 내용일 때 형사소송법에 따라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진 때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증인 김모씨의 원심 법정 진술 가운데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에 대해 그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나머지 증거는 수사권한이 없는 육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에 의해 장기간 불법 구금, 폭행, 협박 등을 통해 취득된 것인 점 등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에 유학하던 강씨는 공작지도원의 지령을 받고 임무수행을 위해 국내에 잠입한 뒤 국내 기밀을 탐지해 공작지도원에게 보고했다는 등의 혐의로 체포·기소돼 1977년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강씨는 1982년 무기징역으로, 1984년 징역 20년으로 감형된 뒤 1988년 12월 가석방됐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 한국문제연구소를 만들고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민통) 조국통일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이 사건을 '고문에 의한 조작'으로 결론냈고, 강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2010년 10일 강씨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강씨 그리고 함께 기소돼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은 의사 서모씨,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은 고(故) 박모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