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선수 박태환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네비도 주사' 의사 김모씨 3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원을 들어서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수영선수 박태환씨가 자신에게 도핑 금지 약물을 투여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모(46·여)씨의 재판에 피해자이자 증인으로 출석해 김씨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강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오후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가 "이 사건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박씨는 "긴장할 것 같아서 적어왔는데 보고 읽겠다"며 A4용지에 프린트 해 온 글을 읽어 내려갔다.
박씨는 "당초 원장님을 고소할 때 문제가 된 약물이 네비도(Nebido) 한 번 인 줄 알았는데, 수사 과정에서 네비도 한 번이 더 있고 성장호르몬도 네 번이나 더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적반하장 격으로 이런 주사를 제가 알고서도 맞은 것인양 책임을 미루고 사실과 다른 수사기록을 공개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장님은 제가 국가대표 선수로서 도핑 교육을 받았으니 금지약물을 알아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모르고 있었다"면서 "외우고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의사나 약사를 만날 때 항상 국가대표 선수임을 밝히고 금지약물을 주의해달라고 요청하고 또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그런데도 자신은 도핑 전문가가 아니니 제가 알아서 체크했어야 한다는 원장님의 주장은 무책임한 책임 회피"라면서 "호르몬 수치에 변화를 가져올 주사를 아무런 설명없이 놨다면 원장님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이날 법정에 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마다 여러차례 약물이 문제가 되는지를 확인했고 도핑테스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네비도 주사를 맞은 당시 상황에 대해 "기존 피부관리를 받은 뒤 끝날 때 쯤 원장님이 들어와 '좋은' 주사 한 대 놔줄테니 맞고 가라고 했고 습관적으로 도핑테스트 문제를 물었으나 '문제되면 주겠느냐, 걱정말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검찰은 네비도 주사의 포장에 적힌 '이 약을 사용하면 도핑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서도 제시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런 주의사항을 의사 등 병원 관계자로부터 전혀 설명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테스토스테론이 도핑 금지약물인 사실이나 네비도가 테스토스테론을 함유한다는 것에 대해 박씨는 "어떻게 보면 창피한 말 일수도 있는데 저는 잘 몰랐다"고 답했다. 또 주사를 맞은 뒤 통증이 심해져 호주에서 훈련을 받을 때 지장이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씨로부터 남성호르몬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얘기한 것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후인) 11월3일에 들은 것을 7월 이전에 들었다는 걸로 헷갈려서 대답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박씨는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1,2년 한 것이 아니고 10년이 넘었는데 최근 4년동안 30회의 도핑테스트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제가 조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도핑테스트는 불시에 수시로 오기 때문에 선수로서 조심을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수영을 대표하는 선수로 제 이름 석자를 알린 선수라고 자부하는데 뭐가 아쉬워서 그런 주사를 맞았겠습니까"라고 말하면 중간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박씨 측은 재판이 끝난 뒤 "의사와 합의를 할 생각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태환이를 이런 데 안세우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게 제 희망사항"이라며 합의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박씨는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약물 검사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김 원장은 지난해 7월29일 박씨에게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인 네비도를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투여해 체내 호르몬 변화를 일으킨 혐의(업무상과실치상 등)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