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백기사로 나선 KCC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가처분을 냈다가 완패한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 측이 항고심에서도 "자사주 처분에 대해 신주발행 법리를 유추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민사40부(이태종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엘리엇 측은 자사주 처분을 신주발행과 달리 독립된 경영행위로 판단한 원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1심은 '자사주 처분'에 대해 상법과 자본시장법 상 '신주발행'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법리를 유추적용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상법은 자사주 처분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없고, 상법 제342조에서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 정관에 따르되 없으면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판례는 SK소버린 사태 등 두 가지가 원칙적으로 다르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엘리엇 측 최영익(왼쪽) 변호사와 삼성물산 측 김용상 변호사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엘리엇의 '총회소집 통지 및 결의 금지 등 가처분 신청' 항고심 심문기일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엘리엇 측은 "상법 개정 전 대법원이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을 법인세 과세대상인 자산의 손익 거래로 본 것은 자기주식 취득이 엄격히 금지되는 시기에 소득과세라는 관점에서 자본거래와 손익거래를 구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원심은 합병은 반대주주 만의 손해이며 주주일반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봤으나, 지난 3월30일 연결 기준으로 양사의 순자산을 합산해 합병신주를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로 나눠 주당 순자산을 계산하면 제일모직 주주는 주당 7만원이 급증, 삼성물산 주주는 주당 5만권 급감하게 된다"며 계산치를 내놨다.
즉 삼성물산 총주주에서 제일모직 총주주에게로 순자산가치 기준 약 8억2970억원이 대가없이 이전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31일자 포괄손익계산서로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도 삼성물산 총주주에서 제일모직 총 주주로 1억3575억원이 대가 없이 이전된다고 주장했다.
또 건설 및 상사 분야의 매출 정체 타개를 위한 결정이라는 1심의 판단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자료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신주발행의 법리가 유추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은 입법자의 의도를 고려할 때 법 해석상 전혀 가능하지 않다"면서 "대다수 하급심 판결이나 학설도 자기주식 처분에 신주발행 법리가 유추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또 "대법원도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주가에 의한 합병 효과 손익을 분석하는 것을 적정한 방법으로 판단했고 합병 이후 주가 안정 수준이 유지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면서 "합병에 반대하는 ISS도 보고서에서 이번 합병이 부결될 경우 주가가 23%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현저히 악화됐으며 2분기도 여전히 매출실적이 저조할 것이라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며 "이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고 건설업계의 장기적 현상으로 합병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KCC 측 대리인도 "이번 가처분이 기각되면 엘리엇 측은 다시 본안소송을 제기해서 회복할 수 있으나, 인용된다면 삼성물산이나 KCC는 권리 구제의 길이 막히기 때문에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자사 주식 899만주(5.76%)를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KCC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가처분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KCC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일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총이 열리는 17일 전까지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과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의 항고심 결론을 낼 예정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