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리더십에 목마른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100여명에 가까운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스 식의 지휘·통제 대신, 선수를 살피고 이끄는 진정한 리더십을 구사하는 감독에게 관중은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대표적인 감독으로는 류중일 삼성 감독과 김성근 한화 감독을 들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KBO리그 최초 통합 4연패를 기록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올 시즌 프로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은 '야신'이라 불리며 일찌감치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두 감독의 리더십을 비교해보고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앞으로는 엄하지만 뒤로는 자상하다. 아버지와 같다. 김성근 감독은 '훈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누구보다 혹독한 훈육으로 선수들을 키워낸다. 저서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에서 "강한 훈련만이 훌륭한 선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올 시즌 한화 감독으로 부임해 스프링캠프부터 선수들에게 무시무시한 펑고 훈련을 시켰다. 그라운드 흙이 묻은 얼굴이 찍힌 김태균과 정근우 등 한화 선수단 사진이 비(非)시즌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과거 SK 감독 시절에는 내야수 최정의 수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하루 1000개 펑고 훈련을 지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제자 최동수의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평범했지만 성실함으로 야구인생 황혼기에 전성기를 맞은 최동수는 2001년 김 감독이 LG 코치로 재직 당시 함께 했다. 김 감독의 훈련을 소화하며 배트 스윙을 5000개씩 돌렸다. 그러면 방망이를 잡고 있는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다. 김 감독이 와서 펴줘야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훈련량은 변함이 없다. 김 감독은 빡빡하게 진행 중인 정규리그 기간에도 방망이가 시원치 않으면 특타를 한다. 원정경기 도중에도 구장 근처 장소를 잡아 직접 선수들에게 특타를 지도한다. 특타 탓에 취재진과 이뤄지는 경기 전 인터뷰 시간도 경기 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진행되기도 한다. 노(老)감독이 직접 특타를 지휘하는데 어느 누가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 3일 KBO리그 최초 4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은 김 감독 이야기를 꺼냈다. "야구가 많이 힘들었을 때 감독님을 만나서 정말 해보지 못한 훈련도 해봤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훈련을 많이 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훈련량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승엽은 말했다. "(저를) 잡아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일본에서 그저 평범한 선수가 됐을 거다. 한국 최고가 일본에서 실패하는 최악의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훈련 앞에서는 엄부(嚴父)이지만 김 감독은 따뜻함을 지녔다. 훈련량만 주목받지만 김 감독은 선수마다의 부족한 점을 꿰뚫어 맞춤형 지도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선수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상 이상의 훈련량을 견디게 된다. 선수들의 사방팔방을 살필 수 있는 '잠자리눈' 별명은 그래서 나왔다.
그의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장악하는 힘에서 나온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들 장악해서 끌고 가는 힘이 있다"며 한화의 올 시즌 선전이 '리더십'에 있다고 분석했다. 선수 장악력은 그 선수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가에서 나온다. 실력은 있지만 의지가 약한 선수, 실력은 없지만 의지가 강한 선수, 자존심이 센 주전급 선수 등 김 감독은 선수마다의 특성을 파악한다. 장점도 따로 관리해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이른바 '벌떼야구'도 이런데서 비롯되곤 한다. 짧게 끊어서 투수를 기용하는 게 투수가 상황마다 장점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준비한다. '파격'은 그래서 나오는지 모른다. 2007년 SK 감독 시절 경기 도중 투수 조웅천이 구원 등판해 던지다 왼손타자 양준혁 타석에서 왼손투수 가득염을 올렸다. 조웅천은 양준혁 타석에서 외야수 수비를 했고 가득염이 양준혁을 상대한 후 마운드로 복귀했다. 조웅천은 외야수 경험이 있는 투수다. 김 감독은 멀티 플레이어를 강조한다. 활용도를 넓힐 수 있고 선수 자신에게는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