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24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강기훈(52)씨가 법원과 검찰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강씨는 18일 변호인을 통해 보낸 이메일에서 "제가 항소심에서 진술했듯이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사법적 판단은 끝났고 이제 역사적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강씨는 "당시 저를 수사했던 검사들과 검찰 조직은 제가 유서를 쓰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왜곡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1991, 1992년은 물론이고 재심 후에도 2009년 검찰의 재항고 사건을 3년이나 방치했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면서 "법원도 한 마디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강씨는 "유서는 김기설 본인이 쓴 것이고 강기훈이 쓴 것이 아니라는 이 단순한 것을 확인받는데 무려 24년이 걸렸다. 당연한 판결을 받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호소했다.
또 "저를 끝으로 다시 이런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저는 건강이 악화되어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방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을 되새기며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몸이 감당하기 어렵기에 앞으로도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유서대필 사건'은 지난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의 퇴진을 외치며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가 유서를 대신 쓰고 김씨의 자살을 부추겼다고 기소하면서 불거졌다.
강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 받고 만기복역했다.
그러나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고 진실규명 결정을 했고, 이에 따라 강씨는 2008년 재심을 청구했다.
강씨가 재심을 청구한 지 4년 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강씨의 자살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결정적인 증거인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가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