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여자 화장실에 잠입해 있다가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려고 한 경찰관을 파면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이균용)는 파면 처분된 전직 경찰관 최모씨가 경찰청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고도의 준법의식이 요구되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청렴성, 도덕성, 윤리성이 요구될 뿐 아니라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지위인 신분을 망각한 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4대악 척결 등을 위한 경찰관 기동대 집체교육을 받은 후 음주회식을 하고 비위를 저질렀으며 그 정도도 결코 가볍지 않다"며 "범행을 한 차례 저지른 뒤 다시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발각된 점을 보면 결코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신체를 비춰보려고 한 것일 뿐 촬영할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은 객관적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지난 2013년 4월 18일 수도권의 한 경찰청 교육센터 강당에서 '4대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척결 등 사회 안전에 주도적인 역할수행'이라는 내용으로 기동대 집체교육을 받았다.
최씨는 그날 밤 회식에서 소주 1병 반 정도를 마시고 귀가 하던 중 상가 건물의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가운데 칸에서 1시간 가량 대기하다가 밤 11시 30분경 30대 여성 A씨가 옆칸으로 들어오자 변기 위로 올라가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려다 A씨에게 발각돼 도망쳤다.
최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분쯤 후 20대 여성 B씨를 따라 다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B씨가 첫번째 칸에 들어가자 최씨는 바로 옆 칸에 들어가 칸막이 위로 머리를 내밀었으나 B씨는 이미 나간 후 였다.
최씨는 이어 또 다른 여성을 기다리다가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검거됐다.
최씨는 방실침입 및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고 파면됐다.
최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한달여 전인 2013년 3월 12일 해당 경찰청은 "북 전쟁불사 위협에 따른 복무기강 확립 지시"라는 제목으로 음주가무 등 국가 안보상황에 맞지 않는 행위 금지를 지시했다.
범행 이틀 전인 4월 16일에는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통보하기도 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서울법원청사 / 사진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