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0일, 베니스에서 예상치 못한 희소식이 들려왔다.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임흥순(사진)의 영화 <위로공단>이 53개국 136명이 참여한 본 전시인 국제전의 은사자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이번 수상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작가로는 본 전시에 6년 만에 초청된 작품인 데다 영화가 미술전에서 미술작품으로 인정 받은 한국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또 심사위원단은 은사자상의 경우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를 선정하는 관례를 깨고 46세의 임흥순 감독을 선택하는 파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14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임흥순 감독은 수상소감에 대해 "예상 못 했던 부분이라 시간이 지났을 때 더 크게 다가올 것 같다"며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분들, 많은 스태프들, 베니스 비엔날레에 가기까지 많은 힘을 써준 아르코미술관 등 많은 분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특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기틀을 닦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사진제공=아트나인)
<위로공단>은 전작 <비념>을 통해 제주 4.3 사건과 오늘날 강정 마을 이슈를 연결해낸 미술가 겸 영화감독인 임흥순의 다큐멘터리다. 작품 초반에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육체적인 노동에 종사한 여성들, 후반에는 1980년대 이후 서비스나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봉제공장 노동자에서부터 스튜어디스, 콜센터 직원에 이르는 다양한 여성 노동자의 모습이 등장했다. 임 감독은 "40년 가까이 봉제공장 시다로 일했던 어머니, 백화점의 의류매장과 식품매장에서 일했던 여동생, 보험설계사인 형수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이 작품을 만든 계기 중 하나였다"고 소개했다.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다큐멘터리 작품을 위해 임 감독은 총 65명의 인터뷰이를 만났다. 영화에는 22명이 등장하는데 그 중 1명만 남성이고 나머지는 모두 여성이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김민경 프로듀서는 "'동일방직 똥물사건'이라고, 회사에서 시켜서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에게 똥물을 끼얹은 사건이 있는데 그에 대한 기록 사진이 하나 남아 있다. 임 감독이 그 사진을 찍은 사진가 한 분을 인터뷰했는데 아마도 본인의 투영을 그 사진가에게 한 듯하다"고 전했다.
영화 중간에 몽타주처럼 삽입되는 정지 화면들은 이 작품이 왜 미술작품으로 평가됐는지를 가늠케 한다. 천으로 눈이나 얼굴을 가린 사람들, 마네킹 등의 모습을 담은 정지화면에 대해 감독은 "인터뷰를 하면서 단순히 정보나 지식보다는 말투나 눈빛, 공간의 느낌을 얻으려 한다"면서 "이야기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인터뷰를 하며 몸으로 느껴지는 그런 감정이 축적되어 자연스럽게 제 방식의 표현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회로 참여한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소격효과 염두에 둔 듯하다"며 "일상 속 모습을 모더니즘과 어우러지게 하면서 작품이 확장된 것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임 감독은 앞으로도 장르의 경계를 탐험하는 작품활동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관심사는 "개인의 사적 경험과 공공의 역사를 바탕으로 어떻게 거대담론을 이야기 할 수 있을지"이다. 임 감독은 "여성의 시각으로 한국전쟁을 풀어볼 계획"이라며 "7월 말에 일본에서 전시가 예정돼 있는데 그때 일본 작가와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영상편지 형식으로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로공단> 전체 작품은 아트나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일정은 하반기로 잡혀 있으나 아직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