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선수(사진=스완시시티 페이스북)
예전에도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뛰어난 선수였다. 그러나 최고의 선수라 불리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다. 수준 높은 킥 능력과 준수한 체격 조건이 있었으나 느린 발과 투박한 드리블이 약점이었다. 게다가 2013년 'SNS 사건'과 지난해 '왼손 경례' 등의 논란을 일으키며 멘탈(정신력)이 그의 기량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란 쓴소리도 들었다.
그랬던 기성용이 올해는 훨훨 날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아시아 선수 1시즌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33경기에 출전해 8골 1도움을 올린 기성용은 팀 내 최다 득점자인 동시에 중원의 지휘자로 활약 중이다. 지난 12일 아스널전까지 리그 2690분을 소화하며 팀 내 4번째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등 대표팀 소집에 따른 공백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경기에 나선 셈이다. 그의 활약 속에 스완지는 구단 역사상 최다 승점(56점)을 만끽 중이다. 그간 기성용에게 따라붙은 느린 발과 다소 투박한 드리블은 한 박자 빠른 패스 기술로 대체됐다.
기성용의 상승세는 여유 있는 자세에서 나왔다.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2012년부터 매년 '빅클럽'으로의 이적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기성용은 "내겐 빅클럽이 따로 없다. 꾸준히 출전할 수 있고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이 빅클럽이다"라고 답했다. 일부 선수들이 섣부른 해외 진출을 감행하고 주전 경쟁에 골몰할 때 기성용은 다른 노선을 택했다. 축구 선수로서 기량이 늘 수 있는 마지막 연령대라는 20대 중반까지 기성용은 운동장에서 매번 다른 상대와 부딪혔다. 벤치에 있다 어쩌다 나와 골을 넣고 도움을 기록하는 게 아닌 실질적인 이득을 취했다. 그러자 올 시즌처럼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기성용의 사례는 무리한 해외 이적과 구단 이름값만 따지는 몇몇 선수들에게 '운동장'이라는 현장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역시 선수는 뛰어야 선수다.
임정혁 스포츠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