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걸그룹 선정성 경쟁, 도 넘었다
새해 컴백한 걸그룹, 줄줄이 섹시 콘셉트..가요계 획일화 우려
입력 : 2014-01-20 오후 1:39:56
◇새해 들어 걸그룹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섹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걸스데이, 달샤벳, 레인보우 블랙, AOA. (사진=드림티엔터테인먼트, 해피페이스, DSP미디어, FNC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걸그룹들의 선정성 경쟁이 도를 넘었다.
 
새해 들어 컴백한 걸 그룹들은 앞다투어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음악적 색깔이나 완성도보다는 “누가 더 야한 무대를 꾸미나”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더 야하게", "더 자극적으로"를 외치고 있는 걸그룹들, 이대로 괜찮을까.
 
◇세부 콘셉트만 다를 뿐 모두 '섹시'
 
4인조 그룹 걸스데이는 지난 3일 신곡 ‘섬씽’(Something)으로 컴백했다.
 
걸스데이는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연상시키는 무대 의상을 입고 나와 무대를 꾸몄다. 몸에 딱 맞는 형태의 옷에 옆트임을 줘 섹시한 매력을 강조했다.
 
1998년 발표됐던 엄정화의 ‘초대’나 2000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박지윤의 ‘성인식’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래지만, 댄스 동작과 곡 분위기에서 섹시한 느낌이 더욱 강조됐다. 
 
달샤벳은 지난 8일 새 노래 ‘B.B.B'를 발표했다. 과도한 노출은 없었지만,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자극적인 안무 동작을 선보였다.
 
또 AOA는 ‘짧은 치마’를 신곡으로 내놨다. 치마에 지퍼를 달아 이것을 올리는 안무를 곁들였다. 노래 가사엔 “짧은 치마를 입고 내가 길을 걸으면 모두 나를 쳐다봐”와 같은 야릇한 내용이 포함됐고, 뮤직비디오엔 멤버들의 샤워신까지 등장한다.
 
20일 ‘차차’(ChaCha)를 발표한 레인보우 블랙 역시 의상이나 세부 콘셉트만 다를 뿐, '섹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마찬가지다.
 
걸그룹들은 10대 청소년들이 주시청층인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과감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신체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듯한 안무 동작과 노출 의상, 수위 높은 가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기획사들 "섹시 콘셉트는 생존 전략"
 
걸그룹들이 이처럼 치열하게 선정성 경쟁을 벌이게 된 이유가 뭘까.
 
한 가요 관계자는 “걸그룹의 콘셉트는 크게 나누면 두 가지다. 귀엽고 청순한 쪽과 섹시한 쪽이다. 지금은 섹시 콘셉트 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며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눈에 띄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걸그룹의 입장에서 섹시 콘셉트는 무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생존 수단이라는 얘기다. 너도나도 섹시 콘셉트를 들고 나오다 보니 기획사들이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기를 모은 걸그룹 중 소녀시대와 2NE1, 크레용팝 등을 제외하면 섹시 콘셉트가 아닌 그룹을 찾기 힘들다. '노노노'(NoNoNo)로 인기몰이를 했던 에이핑크 정도만 청순한 콘셉트를 앞세워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올해 섹시 콘셉트로 앨범을 낸 걸그룹들 역시 걸스데이가 MBC '음악중심'과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음원 순위와 음악 프로그램 순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획사들의 입장에선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섹시 콘셉트 쪽으로 기획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또 청순한 콘셉트로 데뷔했던 걸그룹들도 점차 섹시한 이미지를 강화해가는 추세다. 데뷔 후 수년간 똑같은 모습만 반복해서 보여줄 수는 없는 만큼 어떻게든 변신을 해야 한다. 청순과 섹시, 두 가지의 선택지만 갖고 있는 상태에서 답은 결국 섹시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이돌 음악 획일화..케이팝 경쟁력 약화 우려도
 
최근들어 국내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은 비슷해져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가 반복되는 후크송에 대중들의 눈에 띌 만한 포인트 안무를 더하는 식이다. 찍어낸 듯한 그룹과 노래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걸그룹의 선정성 경쟁은 가요계의 획일화를 부채질하고, 장기적으로는 케이팝의 해외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다 국내 가요계에 데뷔한 한 가수는 케이팝의 미래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아시아권에선 그래도 우리 가수들이 뛰어난 외모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권에선 이게 어렵다. 결국 음악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의 획일화된 음악만으로는 힘들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해욱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