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관해 현직 검사가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고발인 이의신청마저 없어져 경찰의 미흡한 수사를 검찰이 보완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이프로스에 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검사는 “부산경찰청은 지난 2020년 8월25일 경 오 전 시장이 2019년경 여직원 A씨를 강제추행한 것은 혐의없음 불기소 의견, 2020년 4월7일경 시장 집무실에서 여직원 B씨를 강제추행한 것은 기소의견으로 부산지검에 송치했다”며 오 전 시장의 사례를 들었다. 이 검사는 인천지검 조재빈 1차장 검사다.
이어 “A씨 강제추행 수사의 단서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미투 의혹’을 제기한 이후 시민단체 2곳의 대표가 각각 오 전 시장을 고발한 것이었다”며 “부산경찰청은 많은 사람들을 조사하고 A씨 주거지로 경찰을 보내 직접 설득하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A씨는 2차피해를 두려워해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고 언급했다.
이 검사는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후 “A씨 피해에 대한 풍문을 들었다는 부산시청 공무원, 피해자와 같은 팀 동료, 미투 의혹을 피해자에게 확인한 공무원 등 피해사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직원들을 전부 조사했다”며 “경찰 수사와 달리 A씨가 오 전 시장에게 강제추행을 당해 부산시청을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는 구체적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팀은 A씨 협조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 일단 A씨 이메일과 클라우드 등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A씨 이메일에서 오 전 시장이 강제추행을 하려는 상황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A씨에 대한 강제추행과 강제추행미수 혐의를 밝혀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피해자 B씨에 대한 범행이 오 전 시장의 우발적이거나 일회적 실수로 인정될 가성이 높았다”며 “검찰 수사로 일련의 강제추행이 밝혀져 권력형 성범죄의 실체가 규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검사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체제에서는 경찰이 혐의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불송치 송부하게 되고 검사는 재수사요청을 1회 할 수 있다”며 “A씨 사건에 관해 관련자 진술이 충분하지 않으니 재수사를 하라고 검찰이 경찰에 요청하면, 경찰은 무용한 절차를 반복하라는 취지라고 해석해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러한 경우 현행법에서는 고발인들이 이의신청을 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수 있도록 돼 있었고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라며 “최근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고발인은 경찰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도 할 수 없게 돼 오 전 시장 피해자 A씨의 강제추행 등 사건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없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9월부터 시행되는 검수완박 법 중 개정 형사소송법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무혐의 불송치하는 사건은 경찰이 재수사 하지 않는 한 사실상 다시 실체를 수사할 방법이 없게 됐다.
자신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건을 수사한 검사라고 밝힌 현직검사가 검찰 이프로스에 게재한 게시물 일부 내용. (이미지=검찰청 이프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