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재판 중 재생되는 ‘정영학 녹취록’ 원본파일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해 공무원을 접대하느라 돈이 많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의 28회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녹음파일에는 정 회계사가 지난 2020년 7월말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나 나눈 대화가 담겼다.
당시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은 막느라고 너무 지친다, 돈도 많이 들고”라며 “공무원들 접대해야지, 토요일 일요일에 골프도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에 정 회계사는 “형님 자리가 힘든 자리”라고 대답했다.
검찰은 해당 녹음파일에 관해 “김씨가 대장동 사업을 하며 돈도 많이 들었고 공무원 접대도 하고 시의원들과 골프쳐야 한다는 로비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원본 녹음파일에 김씨가 하나은행 이모 부장에게 50억원을 준다고 말한 내용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녹음파일에는 김씨가 이 부장의 실명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음질이 좋지 않아 명확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실무를 담당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개발이익을 분배하는 방안에 관해 정 회계사와 논의하는 내용도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다. 2020년 10월말 녹음된 음성파일에서 김씨는 “동규는 탈출을 해서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정 회계사에게 말했다.
정 회계사 “형님 입장에선 못 가게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돈을 어떻게 줍니까”라고 묻자, 김씨는 “회사 출자로 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걔(유동규)는 다시마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회사를 차리겠대”라며 “그런데 그 회사를 나보고 사라고 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와 김씨는 유 전 본부장이 다시마 회사를 차리면 김씨가 그걸 인수하는 방법, 김씨가 배당금을 수령하고 증여하는 방법, 유 전 본부장이 설립하는 시행사에 김씨가 투자하는 방법 등으로 대장동 이익분배 방법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빼돌린 천화동인4호의 회삿돈 35억원을 정민용 변호사가 설립한 다시마 비료업체 ‘유원홀딩스’에 투자한 것처럼 꾸며, 유 전 본부장에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자금세탁 통로였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유원홀딩스의 실소유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깨지는 걸 막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이 있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게 금원을 어떻게 줄 것인지 논의하는 정황도 녹음파일에 담겼다.
검찰이 공개한 2020년 10월말 녹음파일에서 유 전 본부장이 김씨에게 “변호사들은 고문료로 주신다면서요, 그건 세금처리 되잖아요”라고 말하자 김씨는 “우리가 내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내지”라고 말했다.
또 김씨가 “곽 전 의원은 고문료로 안되지”라고 말하자 유 전 본부장이 “아들한테 배당하는 걸로 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김씨는 “회사의 막내인데 어떻게 50억원을 가져가느냐”고 답했다.
이어 김씨가 “곽 전 의원 아들은 50억 넣지도 않았어, 5억씩 넣었어”라고 말했고, 유 전 본부장은 “곽 선생님은 5억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검찰에 따르면 곽 전 의원 아들이 최초에 받기로 한 성과급은 5억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3월 50억원으로 계약 내용이 바뀌었다. 현재 곽 전 의원은 아들을 통해 대가성 뇌물을 받은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