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법무부가 민법에 인격권을 규정하기로 하면서, 법조계는 인격권의 포괄적 보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개별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 보호받던 인격권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6일 법무부의 인격권 규정 입법예고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격권 침해 사례가 상당히 많은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영역도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민법 개정은 좋은 입법 시도”라고 언급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기존 법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을 규정해, 인격권 침해가 입증되면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법무부는 인격권과 인격권의 침해 배제, 예방청구권을 명시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지 64년 만에 인격권이 명시된다.
개정안은 사람이 생명과 신체, 건강, 자유, 사생활을 비롯해 그밖의 인격적 이익에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한다. 또 인격권을 침해당할 경우 침해된 이익을 회복하는 데 적당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침해 염려가 있는 경우에도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인격권 침해 이후뿐만 아니라, 사전에도 침해 예방을 위해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격권은 그간 개별 사건의 판례 등에서 인정됐다. 그러나 법률상 명확한 규정이 없었던 탓에, 제한적으로 인정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불법 녹음과 촬영, 직장 내 갑질, 학교폭력, 디지털 성범죄, 개인정보 유출 등 보다 넓은 분야에서 인격권 침해에 따른 법적 책임이 인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항에 ‘그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는 문장을 넣으면서, 민법 조항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인격권도 포괄적으로 보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그밖의 인격적 이익’에서 규정하는 인격권에 어떤 권리가 포함될지는, 앞으로 법원 판결이 쌓이면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교수는 “추후 법원 판결을 통해 인격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인격권이 민법에 규정되면, 법원에서는 손해배상 소송시 손해배상 청구액 인정에 관해 보다 꼼꼼한 판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관들이 어떤 권리가 인격권에 포함되느냐 하는 논의에 힘을 빼는 대신, 손해배상 인정액에 관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의 예방청구권을 두고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조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불법 녹음·촬영, 디지털 성범죄, 가짜뉴스 유포 등에 예방적인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하려면 이 같은 행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사전에 추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인격권 침해 행위가 미리 예고를 하고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인숙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개정안이 인격권을 정확히 알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인격권 침해 우려를 바탕으로 한 예방청구는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인격권을 명문화하는 데에서 나아가 인격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의 지원 제도를 보다 탄탄히 다지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인격권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긴 민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