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지난 20대 대선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노동법원 설치 문제가 또 다시 가라앉고 있다. 특별법원인 노사사건 전문법원의 필요성은 이미 1989년 한국노총의 입법청원으로 본격 제기됐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그 필요성과 효용성이 입증됐다는 게 법조계 진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말만 무성할 뿐 이렇다 할 진전을 못 보고 있다. 노동사건의 질과 규모가 전문화·대규모로 확대되고 있지만 국회와 법원은 서로 네탓 타령으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9월말 8차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열고 노동법원 설치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구체적 연구를 법원행정처로 넘겼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4일 “21대 국회에서 법률안이 제출될 경우의 쟁점 등에 관해 내부적인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1년반째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는 국회에서 노동법원 설치 논의가 확산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설치 근거는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있기 때문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법원으로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앞서 국회에서는 노동법원에 대한 입법안이 마련된 바 있다. 18대 국회 때는 조배숙 당시 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노동법원법안’을 발의했고, 19대에선 최원식 당시 민주당 의원 등 36명이 법안을 냈다. 20대 때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6명이 ‘노동소송법안’ 제정안을 냈다. 그러나 모두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가 열린 지 2년 가량 됐지만, 노동법원 설치 관련 제정안이나,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노동법원은 고사하고 현재 마련된 노동분쟁 해결 절차 자체가 오히려 근로자들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마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재 노동분쟁의 해결 절차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나뉘어 다뤄진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구제 신청 등에 관해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 등 처분을 하면 근로자나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재심 결과에도 불복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지노위에 중노위,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사실상 5심제가 되는 셈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대선에서 노동법원에 대한 논의가 제기됐던 만큼 공론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노동법원 설치에 관해 지금이라도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국회에서 관련법을 발의하고 이에 맞춰 법원 조직, 노동소송 절차 등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법 전문인 한 변호사도 “이전에는 법원 내부에서도 노동법원 관련 연구자료를 내거나 토론회를 하는 등 깊은 논의를 위한 활동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회와 법원 모두 노동법원 설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