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군인의 징계 시효는 징계권을 가진 상급자가 징계 사실을 알게 된 날이 아닌, 징계사유가 발생했을 때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3보병사단 산하 연대에서 행정보급관으로 근무하는 A씨가 23보병사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구 군인사법은 징계시효를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으로 정하고 있다”며 “징계시효를 둔 취지는 군인에게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가 있더라도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경우 타당성을 묻지 않고 그 상태를 존중해, 군인 직무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징계시효는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기산되는 것이지, 징계권자가 징계사유를 알게 됐을 때부터 기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5년 6월말 서울 노원구에서 혈줄알콜농도 0.139%의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신호대기 중인 앞 차량의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같은 해 9월 A씨는 군인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서울북부지법에서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 받았다. 벌금 명령은 한달 뒤 확정됐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지휘관에게 알리지 않았다. 육군규정에 따르면 민간검찰이나 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군인은 징계권을 가진 직속 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다. 육군참모총장이 부사관 진급 업무 처리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2019년 7월말 발령한 ‘2020년도 부사관 진급 지시’에도, 이 같은 보고 의무 내용이 포함됐다.
사단 징계위원회는 A씨가 이 같은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며 2019년 12월 정직 3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군단사령부 징계항고심사위원회에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A씨는 징계시효가 이미 지난 일이기 때문에 징계가 부당하다며, 사단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부대의 징계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육군참모총장이 진급 지시를 내린 2019년 7월말 A씨의 보고 의무가 새로 발생했다”며 “보고 의무 발생일에서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9년 12월에 정직 처분이 됐으므로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에 불복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대법정.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