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한국인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며 미국 기업이 하와이주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낸 가운데, 하와이 법원의 판결 효력을 국내에서 승인하고 이에 따른 3배액 손해배상을 집행하도록 한 판결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미국 도매업체 ‘웨스턴 세일즈 트레이딩 컴퍼니’, ‘에이스 퀄리티 팜 프로덕스’ 등이 한국인 A씨를 상대로 낸 집행판결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손해배상 제도가 손해전보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개별 법률로 특정 영역에서 손해전보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허용하고 있다”며 “외국 재판에서 손해배상의 원인으로 삼은 행위가 국내에서 손해전보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개별 법률의 규율 영역에 속하는 경우, 외국재판을 승인하는 게 손해배상 관련 법률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위배돼 허용될 수 없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공정거래법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손해전보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대해 실제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실제 손해액의 3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 법원 판결을 승인하는 게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의 원칙이나 이념, 체계 등에 비춰 허용할 수 없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미국 도매업체 웨스턴 세일즈는 지난 2003년경 필리핀 회사인 B사와, B사가 생산하는 식료품 건조 망고를 하와이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수입,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스 퀄리티 팜은 웨스턴 세일즈와 계약을 맺고, 건조 망고를 공급 받아 하와이와 일본, 태평양 등의 지역에 팔았다.
그러나 2009년 1월, B사는 웨스턴 세일즈가 더 이상 독점판매 대리인이 아니라고 통보했다. 한달 뒤 웨스턴 세일즈와 에이스 퀄리티 팜은 A씨가 B사 사이의 독점계약 관계를 방해하고 불공정한 경쟁방법을 사용했다며 미국 하와이주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와이 법원은 웨스턴 세일즈의 손해액을 20만달러로, 에이스 퀄리티 팜 손해를 38만1000달러로 인정했고 관련법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 각 손해배상액에 3배를 가중했다.
웨스턴 세일즈와 에이스 퀄리티 팜은 이에 근거해 국내 법원에서 A씨를 상대로 집행판결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미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하와이 법원의 판결을 승인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행한 유형의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3배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개별 법률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3배의 손해배상 명령 효력을 인정하는 건 국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모습. (사진=대법원)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