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20대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노동전문법원 설치를 공약으로 발표한 이후, 법조계에서 노동법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분쟁이 사실상 5심제로 진행돼 근로자 권리구제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노동법원 설치에 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 교수는 “기존의 법 틀은 대등한 두 당사자 사이의 규율을 원칙으로 하는 민법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노동법은 수직관계인 사용자와 근로자간 사이를 규율한다”며 “노동분야에 전문적 법 지식을 가진 이들이 재판을 진행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권영국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도 “현재 법원에 노동전담부를 두고 있지만, 이런 형태만으로는 노동문제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노동분쟁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나뉘어 다뤄지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을 판단하는데,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 또는 기각결정에 불복하는 근로자나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재심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판결에 거듭 불복할 때는 행정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5심제가 된다. 노동위 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더라도, 소송으로 이어지면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이다. 이런 탓에 근로자의 권리구제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권 변호사는 “임금체불이나 노사쟁의 같은 문제는 해결이 지연될수록 고용자에게는 사업 운영의 피해를, 근로자에게는 생계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신속한 판결이 요구되는 만큼 노동법원 설치의 필요성이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과거부터 꾸준히 나왔다. 지난 2003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미나와 민주노총 법률원의 토론회 등에서 노동법원 필요성이 제기됐고, 참여정부 대통령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등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노동사건을 전담하는 지방노동법원과 고등노동법원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소송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김 의원은 “노동분쟁 해결절차가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되고 중복돼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비판하며 노동법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제정안은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노동법원 설치와 더불어, 노동법원 운영 방안에 관해서도 쟁점이 남아있다. 재판부를 직업 법관으로만 구성할 것인지, 노사대표인 참심관을 참여시키는 참심제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다. 참심제란 법관이 아닌 시민 중에서 선거나 추첨으로 선발된 참심원이 재판부를 구성해 법관과 함께 판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법조계에선 노사 입장을 대표하는 참심원이 재판에 관여하는 형태의 참심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게 옳다는 견해가 나온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법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