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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4주 이내 낙태 자유"…정부, 형법 개정안 등 입법예고
"15~24주 이내 사회적·경제적 사유로도 낙태 가능"
2020-10-07 09:49:33 2020-10-07 14:09:2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정부가 임신 14주 이내 특별한 사유 없이도 임신 여성 본인 의사에 따라 낙태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우선,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 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임신 15∼24주 이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와 함께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도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부나 배우자의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근친관계 간 임신 △임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 등에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법무부는 "다만,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최적화하기 위해 임신 24주 이내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의 경우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14주 이내 '자유 낙태'를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다.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지난 9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신 중단에 허락은 필요 없다,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모자보건법상 낙태관련 조항도 개정된다. 먼저 심신장애인은 법정대리인 동의로 낙태의사 결정을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 대신 상담사실확인서 등으로 시술이 가능하게 된다.
 
다만, 만 16세 이상의 경우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받기를 거부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 상담사실확인서만으로도 시술할 수 있다. 법무부는 "만 16세 미만은 법정대리인의 부재 또는 법정대리인에 의한 폭행·협박 등 학대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입증할 공적자료와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의 상담사실확인서 등으로 시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이와 함께 의사가 개인적 신념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진료를 거부하는 것을 인정하고, 이 경우 의사는 즉시 임신유지 여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신·출산 상담기관을 안내하도록 하는 규정을 뒀다.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는 이날 "약사법 개정을 통해 형법과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낙태 암시 문구나 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의약품의 안전사용 시스템 구축, 불법사용 방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연유산유도 의약품 허가를 신청받고 필요한 경우 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상담도 추진한다.
 
정부의 이번 법개정 조치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지난해 4월 낙태를 금지한 '형법 269조 1항(자기 낙태죄)·270조 1항(의사 낙태죄)'에 대한 위헌심사형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9명 중 헌법불합치 4명, 단순 위헌 3명, 합헌 2명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다만 법적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12월31일까지 현 규정의 효력을 유지하도록 기한부 헌법불합치로 뜻을 모았다. 국회가 기한 내에 개정하지 않을 경우 해당 규정은 효력을 상실한다. 
 
정부는 이날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정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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