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LG화학 배터리 사업 분사…나스닥 상장 노린다?
"분할 기일 12월1일, 1기 손익계산서 때문"
"나스닥 상장 배경, 코스피 상장 기간 요건 3년 필요"
"미국 거점, 국내보다 사업 환경 좋아"
입력 : 2020-09-18 10:00:00 수정 : 2020-09-18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7일 16: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LG화학(051910)이 분할을 결정한 배터리 사업부가 국내가 아닌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분할기일을 내년 1월1일이 아닌 올해 12월1일로 잡은 점 역시 그 일환이라는 관측이다. 
 
LG화학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부 분사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오는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출범한다. 분할은 물적분할 방식으로 LG화학이 비상장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된다.
 
LG화학 배터리 분사 관련 주요일정. 출처/LG화학
 
특이한 점은 분할기일이 12월1일이라는 것이다. 배터리 산업에 정통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2월에 분할 시 한 달의 손익이 별도법인 실적으로 반영된다"면서 "한 달 실적이 나온 재무제표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은 나스닥 상장"이라고 전했다. 
 
나스닥 캐피탈 마켓에 최초로 상장하는 요건은 국내와 달리 수익 만으로도 상장이 가능하다. 이익 요건인 75만달러(1170원 기준, 8억7750만원)는 LG화학 배터리 사업부가 독립적으로 영업할 경우 한 달이면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다. LG화학은 올해 배터리 사업에서만 약 13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처/나스닥 홈페이지
 
반면 국내 코스피로 상장하기 위해선 3년이 필요하다. 코스닥에 '패스트 트랙'으로 상장은 가능하지만, 규모를 고려할 때 가능성은 낮다. 그는 "기술력, 이사회 독립성 등의 요건도 있지만 LG배터리 사업부 정도면 나머지 요건은 쉽게 통과할 것"이라며 "충분히 1년 안에 상장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도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기업은 나스닥이 특수목적법인의 일종인 가변이익실체(VIE: variable interest entities) 구조를 인정해 진출할 수 있었다"면서, "반면 코스피는 수익 요건, 기간 요건 모두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가 미래 유망한 사업은 맞지만, 우리나라 상장요건을 통과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LG화학은 국내에서 프리 IPO를 진행했지만,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프리 IPO를 위한 태핑을 진행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LG화학과 투자자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LG화학이 마냥 투자자를 기다릴 수는 없다. 배터리 사업 투자 등으로 2년 사이 10조2758억원의 자본적지출(Capex)이 있었고, 매년 수 조원의 투자 집행이 예정돼있다. 
 
그렇다고 투자 재원을 LG화학 자체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만 충당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8조350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LG화학은 6조5967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 마이너스가 발생했다. 쉽게 말해, LG화학은 2년 반 사이 영업으로 8조원 이상을 현금으로 벌었지만 14조원 이상 외부로 현금이 유출됐다는 의미다.  
 
당연히 LG화학의 재무부담은 커졌다. 2017년 연결 기준 53.3%였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말 116.2%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 사실상 제로(0)였던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상반기 말 22%까지 늘었다. 
 
LG화학 주요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 현황. 출처/LG화학
 
나스닥 상장은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카드로 요긴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미 정부는 정책적으로 배터리를 기간산업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배터리 공급이 생각만큼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년 전부터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인 LG그룹 입장에서는 호재다.
 
LG의 배터리 사업부는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 LGCPI (LG Chem Power Incorporate) 설립한 이후 2012년 미시간주 홀랜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 2019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JV 설립 계약 체결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에 상장돼 있는 것보다 미국에 상장되면 미국인들에게 친화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한 사모펀드(PE) 대표도 "전기차 밸류체인이 미국에 있을 경우, 미국기업 같은 효과도 있다"면서 "전기차가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는 분위기도 있다 보니 LG화학의 나스닥 진출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스닥 시장 상장에 대해 LG화학 측은 "논의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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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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