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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형제 라면 끓이다 중태…"보육 사각지대 참사"
2020-09-17 16:02:55 2020-09-17 16:02:55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라면을 끓이다 화재로 중태에 빠진 초등생 형제 어머니 A(30)씨가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알려졌다. 어머니 A씨는 법원에 상담 처분을 받았으나 코로나19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초등생 형제가 참변을 당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경 미추홀구 빌라에서 B(10)군, C(8)군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났다. 형제는 119에 “살려주세요”라며 신고했다. 불은 10여분 만에 꺼졌으나 이 사고로 형제는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17일 경찰과 법원에 따르면 형제 어머니 A씨는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는 큰아들 B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폭행했다. 또 A씨가 자녀를 자주 방치해 이웃이 3건이나 신고를 접수한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에서 불이나 A군과 동생 B군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는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형제가 단둘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뉴시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 5월 29일, “형제와 A씨를 분리해 아동보호 시설에 위탁하게 해달라”며 피해 아동보호 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분리 조치 대신 어머니 A씨와 형제에게 각각 6개월, 12개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을 결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학교 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형제는 단둘이 있던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끓이다 참변을 당했다.
 
일각에서는 초등학생 형제의 비극이 ‘코로나19 보육 사각지대 참사’라고 말한다. 법원 판결 시행이 불가하면 또다른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애당초 형제와 어머니를 분리시키지 않은 법원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 누리꾼은 포털사이트 댓글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법원 판결이었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법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이들만 고통받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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