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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열풍 따라 수도권 분양 나서는 중견 건설사
수도권 공급 과반 이상…분양 경기 양극화 영향
2020-09-13 06:00:00 2020-09-13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중견 건설사들이 수도권 분양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들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내놓는 분양 물량이 전국 예정 물량 중 절반을 넘는다. 이는 지방의 분양 경기가 어두운 점과 무관치 않다. 수도권 청약 시장은 열기가 뜨겁지만 지방은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중견업체들이 지방 대신 수도권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13일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들은 이달 수도권에서 4706가구를 분양한다. 전국 예정 물량 6827가구 중 69%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올해 중에는 이번달이 수도권 분양 비중이 가장 높다.
 
중견사들의 수도권 ‘러시’는 이달만의 현상이 아니다. 하반기 들어 수도권 분양 계획이 증가했다. 지난 7월에는 전국 물량 1만2815가구 중 수도권이 8175가구로 64%였고, 지난달에도 63%로 과반 이상이었다. 이는 상반기와는 다른 분위기다. 상반기에는 수도권 분양 비중이 50%를 넘긴 적이 없었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의 공급 무게 추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건 지방 분양 경기의 침체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견 건설사의 지방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실적치는 52.5였다.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5월에는 지방 HSSI 실적치가 73.9, 6월에는 86.3까지 올랐으나 7월부터 68.8로 하락했다. 이달 지방 HSSI 전망치는 50.9로, 전월보다 낮아졌다. 이 지수는 사업자 입장에서 분양 여건을 판단하는 지표로, 숫자가 낮을수록 분양 경기를 안좋게 본다는 뜻이다. 
 
지방에선 미분양 물량이 남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 경남 남해군에선 동원건설산업이 ‘남해스타펠레스’를 공급했으나 83가구 모집에 29명만 청약을 접수해 54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충남 예산군에선 ‘이지더원2차’ 아파트가 815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청약 접수는 52건에 그쳤다. 경남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밀양 나노밸리’ 단지도 553가구 모집에 283명만 청약 신청했다.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도 침체된 지방 분양 경기를 이기진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 경기의 양극화 영향이 크다”라며 “지방은 주택경기가 좋지 않아 중견사들이 매출 안정성이 보장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규제 지역이 넓어지고 있는데, 수도권도 분양 시장이 언제 나빠질지 모른다”며 “청약 열기가 좋을 때 서둘러서 수도권 공급을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중견 건설사의 수도권 집중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광역시에서 전매 규제 강화가 예고돼 있어, 지방 분양 경기 침체가 심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분양 경기는 투자 수요가 받쳐주곤 했는데 규제로 이마저 빠지면 지방은 최악으로 갈 것”이라며 “수도권에 분양이 몰리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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