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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 금리 높이며 고객 모시기
SBI 등 14곳 이달 예금금리 상향…상반기 최대 실적 영향…자금 쏠림 현상 심화 전망
2020-09-14 06:00:00 2020-09-14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하반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정기 예금금리를 낮췄던 저축은행들이 이달 금리를 상향하기 시작했다. 상반기 최대 실적과 안정적인 연체율을 기록하자 신규 고객 확보에 다시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초저금리 시기에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만큼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연체율이 개선되면서 저축은행이 다시 정기 예금금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사진/뉴시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속속 역마진 우려로 낮췄던 정기예금 금리를 이달부터 원상 회복시키고 있다.
 
첫 주자는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었다. SBI저축은행은 이달 초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1.6%에서 0.1%포인트 전격 인상하며 태세를 전환했다. 이후 10일 만에 다시 금리를 0.2%포인트 올리는 등 보름도 안 돼 총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이달 11일부터 정기예금은 1.9%의 이자를 제공 중이다. '비대면 회전 정기예금' 상품의 경우 추가 우대금리 적용되면 연 최대 2.1%를 지급한다. 사실상 2%대 금리가 회복된 셈이다.
 
앞서 SBI저축은행은 지난 6월 예금 금리를 전달 대비 0.2%포인트 낮춘 1.6%로 인하한 바 있다. 당시 업계 1위 업체까지 금리를 낮추면서 하반기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달 SBI저축은행이 금리를 다시 올리면서 신규 고객 모집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정기예금 금리 인상은 초저금리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목돈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속속 금리를 올리는 데 동참하고 있다. 대신저축은행은 이달 두 번 금리를 인상했다. 대신저축은행은 이달 1일과 10일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올렸다. 전월 대비 총 0.2%포인트의 금리가 올라 연 1.7%의 이자를 제공한다.
 
JT저축은행도 이달 11일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1.6%에서 1.7%로 상향 조정했다. 이밖에 △BNK △DB △고려 △국제 △민국 △스마트 △스카이 △스타 △우리 △유진 △흥국 등 79개 저축은행 중 14곳이 이달 정기예금 금리를 높였다.
 
저축은행들이 연이어 정기예금 금리를 다시 높이는 데는 코로나 여파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영향이 크다. 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840억원으로 지난해(5976억원) 대비 14.5%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예대마진 악화 우려가 해소되자 저축은행들이 다시 공격적인 영업 모드로 전환한 셈이다. 
 
아울러 지난 2011년 부실 사태 이후 업권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최근 모바일 플랫폼이 활성화되는 것도 수신을 확대하는 배경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것 역시 한 이유로 꼽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에 업권이 정상화됐고 디지털 플랫폼 론칭 및 중금리 대출 상품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신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이 연이어 금리를 높이면서 상당수의 시중 자금이 저축은행 수신고로 쏠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 규모는 지난해 말(65조874억원) 대비 8.6% 증가한 70조7080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저축은행으로서의 자금 이동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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