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근무환경 개선에 나섰다. 코로나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재택근무·업무 이원화 영역 확대에 앞서 관련 보안 인프라 수준을 높이는 작업을 우선 진행 중이다. 일부 은행은 언택트(비대면) 영업 채널 확장에 발맞춰 대고객 업무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전북은행은 '가상 데스크톱(VDI)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 VDI는 기업의 데이터센터 내지 클라우드 서버 자원을 다수 사용자에게 분배해 개인 컴퓨터처럼 사용하게 하는 인프라 기술이다. 주로 스마트오피스 구축과 같이 물리적 제약이 없는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활용된다.
신한은행도 VDI를 구축하기로 했다. 디지털·모바일 전환세에 맞춰 일선 영업점의 업무 변화를 위한 대응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근무형태 유연화는 점진적으로 확장할 계획으로 이번 적용에 대한 결과에 따라 향후 진행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재택근무용 싱글소켓레이어 가상사설망(SSL VPN)' 인프라를 도입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이달 말까지 '원격지원시스템'이라는 분산 업무 인프라를 추가로 갖출 예정이다. 국민·하나은행은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한 상태다.
그간 대체근무지 등을 통해 순환·분산근무를 실시해왔던 은행들은 이태원·광화문 집회발 집단감염 사태를 겪으면서 시각이 달라진 모양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내년 하반기까지는 코로나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기존 업무들을 살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잇따라 은행 본점 폐쇄 사태가 발생하면서 위기감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하나은행은 이달 2일 각각 본점 직원의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방역지침에 따라 건물을 폐쇄했다.
본점 폐쇄에도 불구하고 이들 은행은 구축한 인프라에 따라 업무 공백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위기대응반을 통한 업무 정상화를 실시하면서 일선 영업점까지 재택근무 체제를 확대 적용했다. 영업점까지 재택근무를 적용한 것은 은행권 처음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7년 을지로 신사옥 준공과 함께 은행권 최초의 스마트오피스 구축으로 이미 업무 유연성을 갖췄다.
다른 은행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분산근무 인프라를 갖춘 상태다. 그러나 고객 거래가 먹통이 되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해야 하는 만큼 업무 연속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설비 확충에 영향을 줬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코로나 대책 일환으로 재택근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지침을 내렸다. 원격접속을 통해 본점·영업점 직원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되, 내부통제 절차를 거쳐야 하며 VPN 활용과 같은 강화된 보안대책을 적용하라는 내용이다.
다만 영업점 적용까지는 은행들이 망설이는 분위기다. 기업은행이 최초로 영업점 재택근무 체제를 도입했지만, 특수은행이라는 성격에 따라 가능했다는 것이 업권의 중론이다. 디지털 전환과 영업 효율화로 시중은행 영업점은 인원 배치를 최소화한 상태다. 대출 업무와 같이 영업점을 찾는 고객은 업무 처리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경우가 많다. 영업점의 분산근무 적용은 인력운용에 대한 부담이 다른 부서들 보다 큰 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께서는 창구에서 대면하는 직원들을 주로 보시지만 은행 후선에서 실시하는 여신심사, 연체관리의 업무도 적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일부 분산 업무가 가능한 구조를 갖춘 상태지만 실제 적용에는 인력운용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따라 은행들이 새 근무환경을 위한 설비 확충에 돌입했다. 지난 1일 영업시간 단축을 알리는안내문이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 본점에 부착돼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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